호텔업계가 김치와 맥주 등 자체 식음료 상품을 앞세워 객실 밖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호텔 셰프의 조리법과 브랜드 인지도를 상품에 접목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객실과 연회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독일 양조장 바이엔슈테판과 공동 개발한 시그니처 맥주 ‘조선 라거’를 지난 1일 출시했다.
조선 라거는 독일 바이에른 전통의 ‘바바리안 클래식 라거’ 스타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강한 개성보다는 여러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균형 잡힌 맛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저온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살렸다. 독일 할러타우 지역의 사파이어·셀렉트·페롤레 홉을 조합해 시트러스와 꽃, 허브 향을 더했다. 알코올 도수는 비교적 가볍게 즐기는 음주 흐름을 반영해 4.8%로 정했다.
조선 라거는 조선 팰리스와 웨스틴 조선 서울·부산, 그랜드 조선 부산·제주 등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9개 호텔의 다이닝 매장과 바에서 판매된다. 외식 브랜드 호무랑과 모트 32 서울, 골프장 트리니티클럽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다음 달 31일까지 일부 매장에서 조선 라거 생맥주를 최대 20% 할인하는 출시 기념 행사도 진행한다.
김치 사업은 여행객이 찾는 면세점까지 판매 채널을 넓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2터미널점 식품존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에 ‘조선호텔 김치’를 입점시켰다.
판매 제품은 포기김치와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깍두기, 백깍두기, 어린이용 배추김치·백깍두기 등이다. 여행객이 들고 이동하기 쉽도록 파우치형 1㎏과 용기형 650g 제품을 함께 마련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해외 여행객의 K푸드 관심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공항 내 프리미엄 식품 구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김치를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오는 7일까지 일본 도쿄 다이마루백화점 도쿄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롯데호텔 김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롯데호텔 김치가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롯데호텔 김치 650g 제품을 1900엔에 판매한다.
롯데호텔 김치는 40여년 전통의 한식당 ‘무궁화’에서 쌓은 조리 노하우와 호텔 셰프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 등 원재료를 사용하고 명태와 새우, 표고버섯,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육젓을 더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일본 팝업을 시작으로 해외 판매를 본격화한다. 이달 캐나다 수출에 나선 뒤 미국 등 미주 지역까지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정기구독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했다.
롯데호텔 공식 온라인몰인 이숍에서는 배추김치 1.2㎏·4㎏ 제품과 김치 세트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고객이 상품과 배송 일정을 선택하면 매번 별도로 주문하지 않아도 김치를 받아보는 방식이다.
호텔업계가 자체 식음료 상품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사업 다각화가 있다. 호텔 사업은 객실 가동률과 여행·경기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김치와 간편식 등 가정용 제품은 호텔 밖에서도 매출을 낼 수 있고, 온라인몰과 면세점·백화점 등으로 판매처를 확장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호텔에서 경험한 음식의 맛을 가정에서도 즐기려는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호텔로서는 셰프의 전문성과 브랜드 신뢰도를 상품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고객에게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매출에서 객실과 식음, 연회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외부 판매가 가능한 F&B 상품은 수익원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성장한 홈다이닝 시장과 호텔 브랜드 상품에 대한 관심도 사업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