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상징인 거북선의 실제 모습이 학술 연구를 통해 한층 선명해졌다.
그간 기록으로만 남아 추정에 머물렀던 거북선의 내부 구조와 노 젓는 방식, 관측 공간 등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규명됐다.
◆ 국가유산청, 거북선 실제 구조 첫 학술 복원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문헌과 조선공학 분석을 통해 거북선의 구조와 기능을 학술적으로 복원한 연구 결과를 담은 ‘거북선 학술복원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진은 1795년 간행된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통제영과 전라좌수영에서 운용된 두 종류의 거북선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거북선은 15세기부터 제작된 전투함으로, ‘귀선(龜船)’으로도 불린다. 이순신 장군이 개량·실용화해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 격퇴와 해양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거북선의 실체는 1895년 삼도수군통제영이 폐지되면서 실물은 사라지고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약 200년이 지나 정조(재위 1776∼1800)대인 1795년에 간행한 이충무공전서 속 그림과 설명, 문헌 기록을 통해서다.
이후 거북선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여러 형태로 재현됐으나, 세부구조와 실제 운용체계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2008년부터 수중 발굴된 고려와 조선의 고선박과 조선통신사선 등 다양한 선박을 복원·재현하며 실제 운행해 온 경험을 토대로 2022년부터 약 5년간 거북선 학술복원 연구를 추진했다.
이충무공전서 안에 기록된 두 거북선의 그림과 설명을 바탕으로 문헌과 구조 분석, 조선공학적 검증, 모형제작 등을 수행해 거북선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재검토했다.
◆ 좌식 노젓기·관측장 등 새로운 정보 밝혀져
그 결과, 거북선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격군(노 젓는 군사)가 서서 노를 젓는 방식이 아닌 앉아서 노를 젓는 ‘좌식 방식’으로 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거북선이 거대한 크기에 비해 내부가 사방으로 막힌 폐쇄적인 구조인 만큼, 흔들리는 선체 안에서 서서 노를 젓는 입식 방식은 구조적으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연구진은 조선통신사선 회화와 전통 선박 사례 등을 종합 분석해 격군의 안전을 확보하고 전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북선이 ‘앉아서 노를 젓는 좌식 방식’으로 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보고서는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이 자체 무게가 약 140.4톤, 총길이 35.27m로 규모는 비슷했지만 용도에 따라 설계 방식이 달랐다고 추정했다.
통제영 거북선은 의장과 전투를 겸용할 수 있도록 돛대를 자유롭게 세우거나 눕힐 수 있는 구조였던 반면,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돛대를 두지 않고 노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전투 전용 선박이었다.
특히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남해안 연안과 좁은 수로에서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기존 연구에서 거북선 지붕(개판) 양옆에 돌출된 반육각형 구조물은 출입구로 추정됐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외부를 관찰하고 전투를 지휘하는 ‘관측장’이었음이 확인됐다.
배의 꼬리(선미) 부분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내부 공간을 넓히는 방패판 구조도 새롭게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구조 덕분에 화포 구멍을 줄이면서도 선체 내부 공간을 확보해 격군들의 노 젓기와 화포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거북선 내부는 총 2층 구조로 정립됐다. 1층은 무기 보관과 군사들의 휴식 공간, 2층은 노를 젓고 화포를 발사하는 본격적인 전투 공간으로 활용됐다.
◆ 외형 복원 넘어 구조·운용 등 종합적 규명
이번 연구는 30여 년간 수중고고학과 전통 선박을 연구하며 조선통신사선을 비롯한 여러 고선박을 복원·재현한 홍순재 학예연구사가 이끌었다.
홍 연구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거북선 복원을 외형만 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실제 구조를 분석하고 운용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3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거북선 모형도 제작했다.
해당 모형은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7월 19∼29일)에 맞춰 한국의 유산을 홍보하는 ‘대한민국관’에서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거북선 실물을 재현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은석 연구소장은 “거북선은 박제된 신화가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돼야 할 살아있는 역사”라며 “거북선을 더 단단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학술 시도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연구소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내려 받아 열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