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같은 중심별이 수명을 다한 뒤 그 주변을 도는 행성들은 어떻게 될까?
수명을 다한 중심별 주변을 도는 거대 행성의 대기가 인류 최초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중심별의 죽음이 곧 행성계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수십억 년 후 태양이 백색왜성이 된 뒤 태양계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제임스웹, 죽은 별 주위 행성 대기 첫 확인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라이언 J. 맥도널드 박사팀은 ‘백색왜성(white dwarf)’을 공전하는 거대 가스행성 ‘WD 1856 b’를 분석한 결과, 이 행성이 별이 ‘적색거성(red giant)’일 때는 먼 거리에서 공전하다가 백색왜성이 된 뒤 수십억 년 후 안쪽 궤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별이 핵융합 연료를 모두 소진한 뒤 적색거성을 거쳐 남는 작은 고밀도 천체다.
연구팀은 80광년 밖에 있는 ‘WD 1856+534’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는 WD 1856 b의 대기를 처음으로 분석, 이 행성이 어떻게 중심별이 적색거성을 거치는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50억년 뒤 태양이 백색왜성이 된 후 태양계의 장기적 운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적색거성도 견뎠다…행성 생존 비밀 밝혀져
2020년 발견된 WD 1856 b는 지구에서 약 80광년 떨어져 있고 질량은 목성의 4.3~10.9배로 추정되는 가스 행성으로, 지구 크기의 백색왜성을 불과 300만㎞(0.02AU) 거리에서 1.4일마다 한 바퀴 공전한다.
연구팀은 태양 같은 별은 적색거성 단계에서 100배 이상 커지기 때문에 가까운 행성은 별에 삼켜지는 경우가 많아 WD 1856 b가 이처럼 백색왜성에 가까운 공전궤도를 가진 것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로 WD 1856 b가 백색왜성 앞으로 지날 때 행성 대기를 통과한 빛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에서는 메탄(CH₄)을 비롯한 탄화수소와 미세 입자인 에어로졸이 확인됐으며, 별을 향하지 않는 행성의 밤면에서 방출되는 열도 검출됐다.
이는 행성이 예상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메탄 함량이 약 7%에 달하는 대기를 확인했으며, 백색왜성을 도는 행성의 대기를 처음으로 상세히 규명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대기의 유효온도는 390~412K(약 117~139℃)로, 백색왜성의 복사 에너지만 받을 경우 예상되는 평형온도(약 160K)보다 훨씬 높았다.
이어 행성의 질량과 현재 온도를 거대 행성 냉각 모델에 적용해 과거 열 진화를 역추적한 결과, WD 1856 b는 백색왜성 형성 뒤 30억~55억 년이 지나 행성이 별 가까이 이동하면서 강한 중력에 의해 내부가 다시 가열된 것으로 분석됐다.
◆ 중심별의 죽음, 행성계의 끝 의미하는 것 아냐
이번 연구는 인류가 처음으로 ‘죽은 별 주변 행성의 현재 모습’을 직접 관측해 태양계의 먼 미래를 실증적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WD 1856 b가 적색거성 단계에서는 중심별에서 충분히 떨어진 안전한 궤도에 있다가 이후 동반성 등의 중력 교란으로 궤도가 변하면서 현재처럼 백색왜성 가까이 이동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오코너 노스웨스턴대 오코너 박사는 “50억 년 뒤 태양도 죽지만 그 이후 행성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며 “이 연구는 별이 죽은 후에도 행성이 살아남아 계속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박사는 “망원경은 보통 우주의 과거 연구에 사용되지만 이 연구는 태양 같은 별이 죽은 뒤 외곽 행성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들여다본 것과 같다”며 “별의 죽음이 반드시 행성계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