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암웨이가 정수기 ‘이스프링(eSpring)’의 오염물질 여과 성능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세플라스틱과 잔류 의약품, 과불화화합물(PFAS)처럼 최근 관심이 커진 물질까지 대응하면서 정수기 업계의 국제 인증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암웨이는 이스프링이 미국 공중보건·제품 인증기관 NSF의 검증을 받은 정수기 가운데 가장 많은 오염물질 여과 항목을 확인받았다. 이 수치는 한국암웨이가 NSF 인증 제품 목록을 토대로 비교한 결과다.
NSF는 1944년 미국에서 설립된 독립 기관으로 식품과 물, 소비재 등의 공중보건 기준을 만들고 제품을 시험·인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식품 안전·수질 분야 협력센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 9월 국내에 출시된 신형 이스프링은 3중 필터 카트리지와 UV-C 발광다이오드(LED)를 결합했다. 회사에 따르면 필터는 미네랄을 남기면서 170종 이상의 오염물질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첫 단계인 프리 필터는 침전물과 녹 등의 큰 입자를 거른다. 두 번째 디펜스 가드는 미세플라스틱과 물속 포낭을 걸러내고, 마지막 카본 블록은 냄새와 맛을 유발하는 물질을 비롯해 일부 잔류 의약품과 PFAS 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암웨이 미국 법인도 신형 제품이 미세플라스틱과 PFOA·PFOS, 의약품 관련 항목을 포함해 170종 이상의 오염물질을 줄인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170종 이상’은 필터가 줄일 수 있다고 회사가 제시한 전체 항목 수다. 모든 항목이 각각 별도의 NSF 인증을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PFAS는 탄소와 불소의 결합력이 강해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암웨이는 이스프링이 PFOA와 PFOS를 비롯한 PFAS 7개 항목과 의약품 관련 19개 항목에 대해 여과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신형 제품에는 암웨이가 약 10년에 걸쳐 개발한 UV-C LED 기술도 들어갔다. 회사 시험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세균을 최대 99.9999%, 바이러스를 최대 99.99% 비활성화한다.
이스프링은 UV-C LED를 사용한 정수 시스템으로는 처음으로 NSF/ANSI 55의 클래스 B 미생물 저감 기준 인증을 받았다고 암웨이는 설명했다. NSF 등록 자료에서도 이스프링 제품과 교체용 필터의 인증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정수 성능 인증에는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NSF/ANSI 42는 염소와 맛·냄새 등 심미적 요인을, 53은 납을 비롯한 건강 관련 오염물질을 다룬다. 401은 의약품과 미세플라스틱 등 새롭게 주목받는 오염물질을 평가한다. 55는 자외선을 이용한 미생물 처리 성능 기준이다.
인증을 받았더라도 정해진 유량과 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시험 당시의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수기는 이미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한 수돗물 등 음용 가능한 원수를 대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제품 설명서에 명시돼 있다.
정수기 업체들이 PFAS와 미세플라스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먹는 물을 둘러싼 소비자 불안이 있다. 수돗물에서 기존 관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량 오염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필터의 국제 인증 여부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24년 4월 처음으로 PFAS에 대한 연방 음용수 기준을 확정했다.
당시 PFOA와 PFOS를 포함한 6개 PFAS에 법적 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이후 정책이 일부 조정돼 현재 EPA는 PFOA와 PFOS 기준은 유지하면서 이행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 PFAS 4개 항목과 혼합물 기준은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EPA는 별도로 2024년 4월 PFOA와 PFOS를 미국 슈퍼펀드법상 유해물질로 지정했다. 해당 규정은 같은 해 7월 발효됐다. 일정량 이상이 환경에 유출되면 관계 당국에 신고하도록 한 조치다.
일본도 화학물질 규제를 넓히고 있지만, ‘PFAS 138종의 제조·수입·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일본 정부가 2024년 확정한 조치는 일부 PFOA 이성질체와 염, PFOA 관련 물질을 ‘제1종 특정화학물질’로 추가 지정한 것이다.
제조와 수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일부 용도와 제품에는 별도의 예외·경과 규정이 적용된다.
국내 정수기 업체들도 국제 인증 항목을 늘리고 있다.
코웨이는 일부 직수형 정수기와 필터에 대해 NSF/ANSI 401 또는 미국수질협회(WQA)의 미세플라스틱 저감 성능 인증을 받았다. 잔류 의약품과 내분비계 교란물질 등의 저감 성능을 인증받은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필터 방식뿐 아니라 어떤 물질에 대해 공인기관의 시험과 인증을 받았는지까지 살피고 있다”며 “PFAS와 미세플라스틱, 잔류 의약품처럼 새로 부각된 물질을 중심으로 인증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