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면서 올여름 휴가철 소비가 국내 여행과 캠핑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해외에서 지출해야 하는 숙박비와 식비 부담이 커지자 비교적 비용을 조절하기 쉬운 국내 나들이를 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대형마트도 먹거리 할인에 집중하던 기존 휴가철 행사를 캠핑·여행용품과 지역 관광상품까지 넓히며 여름 수요 잡기에 나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그늘막·텐트·타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야외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도 함께 팔렸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매출은 13%, 수박은 12.4%, 맥주는 5%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1~28일 텐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아이스박스는 4% 증가했다. 여행용 캐리어 매출도 15.2% 늘었다.
캠핑장에서 주로 찾는 부탄가스는 3.3%, 삼겹살은 10.5%, 컵라면은 11.1% 증가했다. 여행용품뿐 아니라 현지에서 간단히 조리하거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품까지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유통업계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해외 체류비 부담이 국내 여행과 캠핑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항공권뿐 아니라 현지 숙박과 식사, 쇼핑 비용도 원화 기준으로 함께 불어난다.
올해는 대형 스포츠 행사를 겨냥한 판촉이 예상보다 일찍 끝난 점도 계절 상품 행사를 강화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대형마트가 기대했던 야식과 주류 중심의 응원 특수를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장마가 평년보다 늦어진 것도 매장 진열을 바꿨다. 유통업계에서는 통상 6월 중·하순이면 제습제와 우산, 장화 등 장마 상품 비중을 높이지만 올해는 캠핑용품과 물놀이용품, 여름 먹거리 행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캠핑 수요가 높은 상품을 묶어 할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바비큐용 축산물과 아이스박스, 에어그늘막 등 야외활동 상품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롯데마트도 여행용품과 여름철 홈웨어, 물놀이용품 등 휴가철 상품 프로모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매장에서 상품만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지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지역 연계 행사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통영·거제·여수 등 관광지 인근 점포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지역 관광시설 이용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통영점과 거제점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제시하면 거제씨월드와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스카이라인 루지 통영 등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여수점과 여천점에서는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여수예술랜드, 유월드 루지테마파크 등 지역 관광시설과 연계한 할인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휴가지에 도착한 소비자가 현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관광시설까지 이용하도록 소비 동선을 묶은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해외여행 경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 여행과 캠핑 관련 상품이 일찍부터 움직이고 있다”며 “올해는 먹거리만 할인하기보다 여행·레저용품과 지역 관광 혜택까지 묶어 휴가 수요를 공략하는 행사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