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7세 여고생 고(故)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23)가 범행 직전 자신의 SUV 차량 뒷좌석 문을 열어둔 채 피해자를 제압해 끌고 가려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장윤기가 과거부터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주변에 해왔다는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뉴스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윤기에 대한 다음 재판이 오는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장윤기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는 이 양을 살해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3일 직장 동료인 20대 여성 A씨를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 타지역으로 피신했음에도 장윤기는 휴대전화 유심칩을 제거한 채 30시간 동안 A씨의 거주지와 직장 일대를 배회했다. 경찰의 스토킹 경고 문자도 그를 막지 못했다.
범행 대상을 찾지 못한 장윤기의 분노는 무고한 제3자에게 향했다. 그는 지난달 5일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서 귀가하던 이 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1.2㎞ 거리를 자가용으로 미행했다.
인적이 드문 갓길의 대형 화물차 앞에 차를 숨긴 그는 이 양의 목을 졸라 제압한 뒤 성범죄를 목적으로 끌고 가려 했다. 이 양이 “살려 달라”며 거세게 저항하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고생에게는 119 신고를 부탁하는 척하다가 돌연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
장윤기는 첫 재판에서 이 양에 대한 ‘성범죄 목적’ 범행 동기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모두 인정했다. 장윤기 측은 다음 재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인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성폭법상 강간 등 살인죄 적용 여부다. 성폭법상 강간 등 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반면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장윤기가 성범죄 목적을 부인하고, 재판부가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강간 등 살인이 아닌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장윤기가 범행 직전 자신의 SUV 차량 뒷좌석 문을 열어둔 채 피해자를 제압해 끌고 가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은 이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입증할 핵심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장윤기 주거지에서 발견된 목 부위 등이 훼손된 리얼돌, 장윤기가 이 양을 15분간 미행한 정황, 범행 직전 차량 뒷좌석 문을 열어놓고 납치하려 한 정황, 과거 대화 내역 등을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저화질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장윤기가 범행 당시 으슥한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 뒤 SUV 뒷좌석 문을 활짝 열어놓은 장면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장윤기가 A 양의 등 뒤에서 목을 감아 제압하고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는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성인지 남성인지 몰랐다. 사는 게 재미없어 다른 사람을 데려가려고 했다”는 취지로 한 장윤기의 진술을 배척하는 정황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차량 뒷좌석 부분 외부에서는 피해자의 혈흔도 발견됐다. 검찰은 장윤기가 저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급하게 도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열어둔 뒷문을 닫은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장윤기가 고교 시절부터 주변인들에게 ‘죽기 전에 여성을 차로 납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CCTV와 혈흔, 과거 대화 내역, 증인신문, 피고인신문 등을 통해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 범행 여부를 입증할 계획이다.
한편 장윤기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