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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10∼25%만 내고 입주… ‘적금 주택’ 실험 궤도에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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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서 국내 첫 ‘지분적립형 주택’ 10월 분양…국토부, 道 건의 수용해 시행규칙 개정
총공급 70% 특공 배정, ‘적금 붓듯’ 20~30년 지분 분납…초기 목돈 부담 획기적 완화
세제 압박 해소 및 금융 문턱 타파…GH-우리은행 협약, 채권양도 기반 전용 상품 출시
3기 신도시 등 경기도 전역 확대…매년 1000가구씩 대량 공급해 무주택 서민 정조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적금주택)의 시초는 과거 이명박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오산 세교지구에서 전용면적 59㎡ 8000여 가구를 10년 분납 임대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명칭은 ‘분납 임대주택’이었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1∼3순위 청약에선 평균 0.77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흥행에 참패했다. 

수원 광교신도시 전경. 경기도 제공
수원 광교신도시 전경. 경기도 제공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적금주택은 관심을 끌었다. 전세난을 진정시킬 해법을 찾던 정부는 서울시와 함께 20~30년간 분납이 가능한 지분적립형 주택의 공급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 진입장벽을 허물어뜨릴 적금주택이 오는 10월 베일을 벗는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들여 온 적금주택은 약점이던 금융권 대출 규제 등을 해소하면서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국내 최초로 분양에 들어간다.

 

◆청년 특공 15%·신생아 20% 신설…특공 비율 70%로 수직 상승

 

5일 도와 GH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2일 청년·신생아 가구를 적금주택 특별공급 대상에 명시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 등을 구제하기 위해 도가 지난해 7월 정부에 건의한 개선안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적금주택의 특별공급 비율은 기존 50%에서 70%로 확대됐다. 청년 특별공급(15%)과 신생아 가구 특별공급(20%)이 새롭게 배정됐으며,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15%로 조정돼 초기 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이 가능해졌다.

 

적금주택은 입주 시점까지 분양가 전액을 내는 일반 분양과 달리, 처음에는 주택 지분의 일부(10~25%)만 취득해 입주한 뒤 나머지 지분을 20~30년에 걸쳐 적금을 붓듯 매입해 전체 소유권을 갖도록 했다.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 조감도. GH 제공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 조감도. GH 제공

실행 무대는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이다. GH는 총 600가구 중 전용면적 59㎡(25평형) 240가구를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공급한다.

 

입주자 모집공고는 10월 초 착공과 함께 낸다. 분양가는 6억3000만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며, 최초 지분 취득 비율이 25%일 경우 계약자는 1억5800만원가량의 초기 자금으로 2030년까지 입주할 수 있다. 실거주 의무는 5년, 전매제한은 10년이 적용된다.

 

그동안 이 사업의 걸림돌은 주택 소유권이 완벽히 이전되지 않아 제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LTV) 담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국내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 사례가 없어 수분양자가 지분 취득에 활용할 수 있는 전용 대출 상품도 없었다. 

 

이에 GH는 금융위원회, 국토부 등과 협의를 벌여 전용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아울러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전용 저금리 대출 상품 신설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공유지분 담보대출 보증 상품 마련을 정부 및 정책금융기관에 공식 건의했다.

GH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개념도(운영 기간 20년 가정). GH 제공
GH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개념도(운영 기간 20년 가정). GH 제공

◆‘담보 인정 불가’ 금융 수술…채권양도 기반 전용 상품 합의

 

수분양자가 채권을 양도하고 GH가 가등기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GH는 우리은행과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LTV 40% 수준의 저금리 독자 금융상품을 분양 전까지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세법상 규제도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GH가 지분을 장기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법인·재산세 폭탄이 문제였으나, 국세청 유권해석과 국회 법안 발의를 통해 이를 해소할 전망이다.

 

현행 세법은 법인이 주택지분 매각 시 양도차익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토록 하고 있다. GH는 공공이 지분을 소유하는 적금주택은 사업 기간인 20~30년에 걸쳐 수차례 공공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그때 마다 법인세를 낼 수 없어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GH가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법 개정 없이도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재산세 문제는 법률 개정을 통해 해소될 전망이다. 민주당 이상식(용인갑) 의원은 지난해 10월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공공주택사업자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급할 때 해당 주택에 대한 재산세의 25%를 3년간 감면해주는데, 개정안은 감면 기간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 위치도. GH 제공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 위치도. GH 제공

적금주택은 수분양자가 최장 30년에 걸쳐 지분을 적립해 소유권을 취득하는 구조로, 공공주택사업자가 장기간 지분을 보유해 재산세 부담도 장기화하기 때문이다.

 

도와 GH는 이번 광교 분양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고양창릉, 하남교산 등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도내에 매년 1000가구 규모의 적금주택을 대량 공급해 주택 시장 안정을 견인할 방침이다.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하기 전에 지분적립형 주택이 궤도에 오른다면, 시장에선 검증을 마치게 된다. 경기도가 전국 처음으로 실증하는 셈이다. 인근 수도권 지자체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