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한국 소설가들이 최근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진 이유로 다양성과 한류의 힘을 꼽았다.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오른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황보름 작가는 지난 3일 도쿄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에서 현지 독자들과 만나 “최근 베스트셀러를 보면 모두 결이 다르고 장르가 다를 정도로 한국 소설이 다양, 풍성해졌다”며 “특히 한국 작가들은 본인조차 잘 느끼지 못하는 작은 진동 같은 심리를 굉장히 잘 포착해서 표현해 주는 점이 외국 독자들도 많이 읽어주시는 이유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같은 해 같은 부문 3위를 차지한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는 “한국 문학은 예전부터 원래 장점이 많았다”며 “한류 덕분에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한국 소설이나 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고 했다.
‘휴남동’으로 전 세계 100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쓴 황 작가, ‘불편한 편의점’이 세계 50여 개국에서 번역·소개된 김 작가의 말마따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최근 국경을 넘어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서점대상의 경우 2020년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1위에 오른 이후 2022년 1위(손원평, ‘서른의 반격’), 2023년 2위(손원평, ‘프리즘’), 2024년 1위(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3위(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2025년 2위(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등 다수의 작품이 순위에 올랐다.
서점대상은 작가나 평론가들이 아닌 서점 직원들 투표로 후보와 수상작이 선정된다. 독서 현장 일선에 있는 이들로부터 ‘독자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책’으로 꼽혔다는 의미가 있다.
이날 독자와의 대화 행사 사회를 맡은 가와데 마미 쓰타야 서점 큐레이터는 기자와 만나 “한국 문학은 황 작가 말처럼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작품부터 페미니즘 관련 작품,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같은 호러·SF 작품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있다”며 “일본 독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가와데 큐레이터는 “일본에서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이 번역·출판되기 전까지는 한국문학 서가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서가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며 “다양한 한국 문학서가 일본에서 히트하고 있고,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후에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출판·서점계에도 한국 문학이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출간한 작품의 해외 판매 부수가 2024년 전년도 대비 130%나 늘어나는 등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날 쓰타야 서점 행사에서 일본의 한 작가 지망생은 황보름·김호연 작가에게 ‘작가로서의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영감은 어떻게 얻나’라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황 작가는 “어떤 세계적인 작가도 초고만으로 이뤄진 글을 출간하지는 않는다”며 “질문자분은 어쩌면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수정, 퇴고를 많이 안 해본 것일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영감은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나오는 것”이라며 “영감이라기보다는 글감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한 다음에 책상에 앉아, 포기하지 말고 매일 쓰라”고 말했다.
‘소설가로서 앞으로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황 작가는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자꾸 (출판)거절을 당하다가 2018년 어느날 문득 쓰기 시작한 게 ‘휴남동’이고, 2년 반 정도 지나서 두 번째로 쓰기 시작해 방금 출간된 책이 ‘윗집 부부’”라며 “다음 소설이 무사히 출간됐고, 다음 소설을 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소설은 한자로 풀어 쓰면 작은 이야기라는 뜻”이라며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두 작가는 주일 한국문화원이 이날부터 23일까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회 ‘K북 인 도쿄’ 참석차 일본을 찾았다. 3일 쓰타야 서점 행사에 이어 4일에는 신주쿠구 한국문화원에서 번역가, 일본 측 편집자와 함께 무대에 올라 현지 독자들을 만났다.
11일에는 ‘피프티 피플’의 정세랑 작가, 작가 겸 배우 문정희씨가 문화원에서 일본 작가·편집자와 대담을 한다.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은 16일까지 문학 코너에서 한·일 양국에서 주목 받는 소설, 그림책 등을 소개하는 한국 도서 매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문화원에서는 한국 문학의 최신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코너를 마련해 23일까지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