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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광장 분노의 추모 물결… “美에 죽음을” 결속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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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망 126일 만에 장례

검은 터번에 시신 안치된 관 공개
6일간 국장… 최대 3500만명 예상

미국 독립기념일 맞춰 장례 개시
신정체제 결속·대중 동원력 입증

中 등 30여개국 조문단 파견 예정
韓 정부는 불참… “이란 측서 난색”

미국과의 전쟁으로 미뤄졌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6일간의 일정으로 전 국가적으로 치러지는 장례식에 수많은 추모객이 몰리고, 친이란 국가들의 조문도 이어지며 전쟁 이후에도 여전한 이란 이슬람 정권의 영향력이 입증되고 있다는 평가다.

“복수” 외치는 군중들 이란 시민들이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열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일부 조문객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복수” 등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테헤란=타스연합뉴스
“복수” 외치는 군중들 이란 시민들이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열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일부 조문객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복수” 등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테헤란=타스연합뉴스

5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장례식은 전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에 있는 대형 예배장소인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열렸다. 이란 당국은 광장 야외무대에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시신이 담긴 관을 공개했다. 유리 덮개로 보호된 고인의 관 위에는 그가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임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놓였고, 그 아래에는 함께 사망한 가족들의 관이 안치됐다.

 

광장에 운구 행렬이 도착하기 전부터 수많은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추모객은 기온이 높은 낮엔 다소 수가 줄었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자 다시 모이기 시작해 약 20만㎡의 중앙광장을 가득 메우고 밤샘 조문을 이어갔다. 일부는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애도를 표했다.

테헤란에 조문 인파… “복수” 다짐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열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수많은 이란 국민이 운집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장례식에 참석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테헤란=AP·AFP연합뉴스
테헤란에 조문 인파… “복수” 다짐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열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수많은 이란 국민이 운집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장례식에 참석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테헤란=AP·AFP연합뉴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는 이란 전쟁 발발일인 2월28일 관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족 일부와 함께 사망했다. 이번 장례식은 그의 사망 이후 126일 만이다. 이란은 전쟁 기간에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치르는 대신 4달을 넘게 기다려 지난달 미국과 휴전을 합의한 뒤에야 장례식을 거행했다. 신정체제가 훼손되지 않고, 오히려 반미 정서를 고조시킬 수 있는 때가 될 때까지 끈질기게 인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장례식은 단순한 추모 행사를 넘어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이란 신정체제의 결속력과 대중 동원 능력을 강화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당국은 날짜 선정의 의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장례 일정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는 독립기념일에 맞춰 도발적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 일대에서 거행된 미 독립 250주년 기념 행사 도중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 일대에서 거행된 미 독립 250주년 기념 행사 도중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의도대로 장례식은 미국에 대한 거대한 성토장이자 신정체제에 대한 충성서약의 장이 됐다. 장례식에 모인 군중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거나 “트럼프를 죽여라”라고 적힌 대형 깃발을 들었다. 일부는 “당신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를 연호하며 이란 신정체제에 대한 굳건한 충성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장례식은 전쟁 이후 권력 핵심으로 자리 잡은 신정체제의 젊은 강경파들이 권력을 공식화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관심을 모았던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는 5일까지도 장례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지휘한 초강경파 인사인 아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이란의 외교적 입지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장례식을 계기로 드러나는 중이다. 공식 장례식 전날인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조문했고, 이란 전쟁 당시 자국 정유시설이 이란 드론 공격을 받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왈리드 알쿠라이지 외무차관을 대표로 한 조문단을 보냈다. 중국 역시 허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로 참석해 “양국 관계의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은 9일까지 진행된다. 6일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으로 옮겨 조문 행사를 이어가고, 7일은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를 비롯해 바그다드, 나자프에서 장례식이 엄수된다. 이란 북동부의 시아파 성지이자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9일 열리는 매장 행사로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이란 신정체제의 역량이 총동원된 최고 예우의 장례식으로, 테헤란에서만 1800만∼2000만명, 이라크 성지 방문객까지 포함하면 3500만명이 조문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례식 기간에 친이란 국가들을 중심으로 약 30개국 조문단이 조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경우 장례식에 공식 불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란의 초청을 받아 김준표 주이란 한국대사가 참석하려고 했지만 이란 측에서 외교단은 장례식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란 측은 장례식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인파 관리 등 기술적 사정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