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인구 52만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최고 돌풍의 팀으로 꼽힌다. 월드컵 첫 출전이지만 조별리그 H조에서 무패(3무)와 함께 조 2위로 32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카보베르데의 32강전 상대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버틴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 카보베르데는 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강적을 상대로 정규 시간 90분 동안 1-1로 비기며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연장 전반 2분 만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에게 골을 얻어맞을 때만 해도 카보베르데의 돌풍은 끝나는 듯했지만, 연장 전반 13분 시드니 로페스 카브랄의 동점 ‘원더골’이 터지며 또다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대로 승부차기에 간다면 이번 월드컵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40세 골키퍼 보지냐(차베스·사진)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연장 후반 6분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의 문전 헤더가 카보베르데 수비수 디네이 보르지스(알 바타에흐)의 몸을 맞고 자책골이 됐다. 경기는 그대로 2-3으로 끝나며 카보베르데의 돌풍은 멈췄다.
그래도 카보베르데의 투혼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아울러 보지냐는 조별리그 3경기와 32강전까지 4경기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쳐 보이며 팬들의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됐다.
보지냐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메시와 겨뤄보는 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는데, 마침내 그의 꿈이 실현됐다. 이날 보지냐는 전반 29분 메시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메시의 유효슈팅 5개를 걷어냈고, 120분 연장 혈투 속에 8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보지냐는 이번 월드컵 4경기를 치르는 동안 기록한 세이브는 무려 18개(스페인전 7개·사우디아라비아전 3개·아르헨티나 8개)였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막고, 또 막고, 계속 막았다’며 보지냐를 치켜세웠다. 보지냐는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오늘 경기는 나와 메시의 대결이 아니라 카보베르데와 아르헨티나의 대결이었고, 우리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이기지 못했지만, 우리가 치른 경기와 이번 월드컵에서 이뤄낸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고 의미를 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