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양측에 각각 자리한 경찰과 피의자의 말을 차례로 듣는다. 법정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 진행하는 피의자 면담 모습이다. 예외적 절차로 여겨졌던 청구 전 면담 실시율이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크게 늘어나며 영장 청구 여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청구 전 면담 제도가 경찰 수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7개월간 경찰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에 대해 ‘청구 전 피의자 면담·조사’를 실시한 비율은 44.1%(256명 중 113명)에 달했다. 2024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면담실시율이 3.3%(488명 중 16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구속 전 피의자 면담은 검사가 사법경찰관 등의 구속영장 신청에 따라 구속영장의 청구 여부를 판단하면서 구속의 사유 등을 심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피의자 동의를 받아 피의자를 면담 또는 조사하거나 사법경찰관 등에게 의견 제시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사건사무규칙 77조1항을 근거로 한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면담을 통해 경찰 수사의 미진한 점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보완해 법원으로부터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청구 전 면담이 활성화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중앙지검이 청구한 비율은 35.2%로, 2024년 9월∼2025년 8월 43.4%에 비해 낮아졌다. 반면 법원의 발부율은 63.3%로, 2024년 9월∼2025년 8월 46.7%에서 16.6%포인트 높아졌다.
검찰은 이 제도가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경찰 수사에 대한 인권 보호와 사법적 통제를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집행유예 기간 중 백화점에서 화장품 샘플 크림 2개를 훔쳐 구속영장이 신청된 피의자를 면담한 뒤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반복 범행하는 등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그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대신 검사가 직접 피의자와 피해자 간 합의를 중재해 피해회복 조치를 취했고, 사건을 구약식 처분했다.
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청구 전 면담·조사의 구체적 방법 등을 규정한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제정해 시행 중이다. 수사 일선에서는 직접 피의자를 대면하면 서류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한편, 구속영장 신청 후 발부까지 시일이 늘어난다는 등의 우려도 나온다.
한 경감급 경찰은 “서류로 보는 것과 직접 대면으로 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본 것 같다”면서도 “면담 일정을 잡고 보고하는 등의 절차로 영장 청구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측면은 있다”고 했다. 한 경위는 “어차피 법원에서 심문을 진행하는데 굳이 사법경찰관 입회하에 중복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은 든다”며 “보통 팀에서 2명이 입회하다 보니 업무적 부담도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검찰의 역할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식 법무법인 필 변호사는 “과거에는 검찰이 경찰을 수사지휘하다 보니 이런 제도가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다가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경찰 수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