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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토킹 살해… ‘접근금지’도 못 막았다

60대 여성, 성남서 전 연인에 피습
한 달 전에 “계속 괴롭힌다” 신고
100m이내 접근금지 등 보호 조치
스마트워치 구조 신호도 무용지물
“예방 위한 현실적 대책 시급” 지적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던 60대 여성이 옛 연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법당국의 접근금지 명령과 경찰의 스마트워치 지급 등 안전망도 집요한 스토킹 범죄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강력범죄 이력이 없을 경우 스토킹 살인을 예방할 현실적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경찰 로고. 연합뉴스
경찰 로고. 연합뉴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3시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한 길거리에서 4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50대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자해를 시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피해자 B씨가 일하는 직장 근처에 숨어있다가 퇴근시간 새벽길을 나선 B씨를 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습격을 당하면서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로 다급하게 구조 버튼을 눌렀다. 경찰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피를 흘리며 쓰러진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피해자는 숨을 거뒀다.

숨진 B씨는 한 달 전 일종의 ‘구조 신호’를 보냈다. 지난달 8일 “남자친구가 헤어진 뒤에도 계속 못살게 군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당시 경찰은 물리적 폭력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A씨에게 서면 경고장을 발부하는 데 그쳤다.

A씨는 경고장을 받은 뒤에도 재차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 괴롭혔고, 경찰이 나서 B씨에게 스토킹 혐의로 고소할 것을 권유했다.

지난달 10일 B씨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경찰은 법원에 요청해 A씨에 대해 주거지 및 100m 이내 접근금지와 휴대전화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한 연락금지 조치(잠정조치 2∼3호)를 이행했다. B씨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지난달 25일 해당 스토킹 고소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관련 신고는 2023년 3만1824건, 2024년 3만1947건에서 지난해 4만4687건으로 2년 새 40%가량 증가했다.

이에 경찰은 최근 모든 스토킹 범죄를 입건해 수사하기로 하는 등 안전조치를 강화했다. 이어 6일부터 법무부와 경찰이 ‘스토킹 고위험자’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는 등 안전망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살인·성폭력·강도 등 특정범죄로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가 스토킹·가정폭력을 재차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같은 대책이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스토킹 경고장을 받았던 50대 남성이 전처의 남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도주했다가 체포된 사건처럼, 가해자가 법적 경고나 조치를 대놓고 무시하면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성남 사건처럼 가해자가 과거 관련 범죄 이력이 없을 경우에는 신체를 구속하는 등 격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제도적 사각지대다.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안전조치를 스스로 거부한 경우에도 공권력이 개입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반복되는 스토킹 잔혹극을 끊어내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 단계부터 위치추적을 의무화하는 등 재정비가 시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