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①정청래 “노짱님 사무치게 그립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출마 선언 전부터 호남 민심 쟁탈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는 7월 첫 주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으며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 표심 다지기에 주력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분향하고, 방명록에 “고난으로 불편했던 당신의 아픈 다리 덕분에 대한민국이 똑바로 걸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5일에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페이스북에 “노짱(노 전 대통령 별명)님 사무치게 그립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노무현 키즈’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전 당원 1인 1표제’가 “노무현 정신에서 출발했다”며 비당권파 친명계와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모든 당원이 정당하게 1인 1표제를 행사할 때 정치적 계산 없는 통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②“자진사퇴가 답”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이 스타벅스 응원 구호로 논란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를 옹호하며 ‘5·18 성역화’ 주장을 하자 여권 내에서 자진사퇴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준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해촉이 불가능한 만큼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자진사퇴가 답”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부위원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성역화’, ‘북한’ 등을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기반을 흔든 것”이라며 “피해의 역사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일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감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석 의원은 “지금이라도 민주주의의 역사를 폄훼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공직에 있는 사람의 올바른 태도”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국가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비극과 시민들이 목숨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를 희화화하는 행위까지 표현의 자유로 감쌀 순 없다”며 “잘못된 인식과 망언에 대해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도 이 부위원장 비판에 가세했다. 박병언 선임대변인은 당 논평에서 “5·18민주화운동은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국민적 합의가 있을 정도로 지금의 한국 사회의 배경이 되는 역사”라며 “이에 대해 ‘북한 같다’며 정면으로 색깔론을 제기한 인사까지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부위원장의 발언은 우리 사회가 통합적 운영을 위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③이진숙 “이재명 정권은 생각에도 ‘수갑’을 채울 것인가”
고교야구대회 도중 이른바 ‘스타벅스 응원 구호’로 논란을 빚은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광주제일고(광주일고)를 찾아 사과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배재고에 응원 화환을 보냈다.
이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권은 생각에도 ‘수갑’을 채울 것인가”라며 “배재고에 화환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사진 속 화환 리본에는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의원은 “만약 스타벅스가 5·18과 광주에 대한 모욕을 상징한다면 스타벅스는 더 이상 영업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 ‘민주 세력’의 추정으로 ‘스타벅스 가야지’가 광주와 5·18을 모욕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을 징계한다면 그들은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짓’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정권에 의해 (방송통신위원장에서) 자동면직되기 전 수많은 시민들이 과천 방통위 청사 주변에 화환을 보내 격려해주셨다”며 “저도 공포에 질려있을지도 모를 배재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어 화환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미래 세대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주역들이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