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내에 위치한 홈플러스 월드컵점 지하 1층 델리 코너 앞은 붐비는 이가 없어 휑했다.
예전이라면 주말 저녁 먹을거리를 사는 이들로 북적였을 곳이지만 이날은 마땅한 식료품이 없어 당황해하는 손님들이 보였다. 오후 7시30분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K리그1 경기 킥오프를 앞두고 간식거리를 사러 온 축구팬들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진열대를 바라보며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했다.
매대에는 원래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상품 대신 다른 물건들이 듬성듬성 채워져 있었다. 우유가 가득해야 할 냉장 매대에는 컵커피가 듬성듬성 줄을 맞춰 늘어섰고, 그마저도 한 줄당 제품 하나씩만 놓여 진열을 위한 진열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식료품 코너를 서성이다가 빈손으로 돌아서던 한 축구팬은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홈플러스가 어렵다는 뉴스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서울에서도 장사가 잘된다는 월드컵점까지 이 지경일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경기 보면서 먹을 것을 사려고 했는데 마땅한 제품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축구팬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소식을 알 듯 ‘홈플러스 파산할 것 같은데’라는 말을 일행에게 하기도 했다.
이곳은 한때 연간 매출이 900억~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국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직결되는 탁월한 접근성 덕분에 마포구뿐만 아니라 은평구, 서대문구, 나아가 고양시 덕양구 수요까지 흡수하는 서북권 최대 유통 요충지였다.
특히 대형 콘서트나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경기, K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는 특수를 누려왔다. 2022년에는 홈플러스가 약 125억원을 투입해 입점 재낙찰을 받아낼 만큼 상징성이 큰 매장이다.
이 같은 풍경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진 직후여서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4개월 만으로, 회생에 필요한 최소 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법원은 6월말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는 실질적인 외부 자금 확보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공방도 이어지면서 추가 자금 수혈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준비했지만, 나머지 1000억원은 MBK 측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MBK는 회사 차원의 연대보증과 김 회장의 개인 부담 등을 통해 이미 상당한 책임을 졌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입장 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경영난 여파는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4~5월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6월 급여도 지급되지 않았다. 직원 약 1만2000명은 물론 입점업체와 납품업체, 협력업체 종사자, 투자자들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모든 긴급 조치를 통해 회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2주 안에 2000억원이 마련되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로 향하게 된다면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만명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걸린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 움직임 압박 차원에서 2주간의 긴급투쟁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