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5·18 관련 발언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이 부위원장을 향해 “자유와 방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심한 세태”라고 직격했다. 청와대가 공개 경고에 나섰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이 부위원장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분위기다.
재정학 분야 원로 경제학자인 이 교수는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며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가 아니라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방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30년 넘게 재직한 대표적 진보 성향 경제학자로, 경제정책은 물론 사회·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 교수는 최근 배재고 야구부원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된 데 대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말이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린 광주 시민들에게 상처를 입힐 것임을 모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몰지각한 발언은 방종의 한 예일 뿐,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칼끝은 이 부위원장을 향했다. 이 부위원장은 해당 논란과 관련해 “5·18이 성역이 되었다”, “북한의 모습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거센 반발을 샀다. 청와대가 이 부위원장에게 엄중 경고를 했지만, 여권에서는 단순 경고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 나라의 총리급 고위 인사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두둔하고 나섰다”며 “고위 공직자가 자유와 방종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그런 상식 이하의 주장을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했다. 특히 “더군다나 그는 대학교수까지 지낸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 부위원장의 발언이 이재명 정부 전체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총리급인 그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임을 부정하기 힘들다면, 이와 같은 그의 언행이 이 정부의 이미지에 악취 나는 구정물을 끼얹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가 부랴부랴 그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구정물의 악취를 제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부위원장의 발탁 자체도 문제 삼았다. 그는 “솔직히 말해 나는 이재명 정부가 그를 발탁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봤다”며 “아무리 통합과 실용의 인사라 하지만 그처럼 극우적인 언행을 서슴없이 해왔던 인사를 총리급의 고위 인사로 발탁한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또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이재명 정부와 손톱만큼의 공통분모조차 찾을 수 없는 극우 인사를 끌어안으려 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이 부위원장에 대해 “이번 사건이 그 단적인 예지만 그는 팀플레이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인물로 드러났다”며 “나만 잘났다는 그의 독불장군식 행보는 이 정부에 극도로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당초 그를 발탁한 것이 철저한 실책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깨닫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잘못을 감싸는 방식도 문제라고 봤다. 그는 “철없는 어린 친구들이 물정을 잘 모르고 저지른 잘못이니 어른들이 선처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아픔이 많은 광주 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 “어른이라면 어린 세대의 그런 잘못을 준엄하게 나무라고 다시는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말리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했다.
글 말미에서 이 교수는 이 부위원장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 부위원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종을 표현의 자유로 둔갑시킴으로써 진정한 자유의 수호자여야 할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렸다”고 했다. 이어 “자유와 방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는 ‘자유’라는 말을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다”며 “그가 말하는 자유가 충만한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