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배재고 야구부 광주 찾아 사과 "깊이 반성…인성 중요성 깨달아"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스타벅스 응원' 파문 7일만…"선수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 "지도자 책임 커"
광주일고 측 "우리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돼…멋진 경기로 다시 만나자"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들과 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학부모 일부, 교직원 등 86명은 이날 오후 3시께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했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만이다.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강당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왼쪽)가 광주일고 야구부 선수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공동취재사진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강당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왼쪽)가 광주일고 야구부 선수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공동취재사진

배재고 주장 A군은 이날 낭독한 사과문에서 "저희가 광주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불편하셨을 텐데 귀한 시간 마련해주신 광주일고에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뗀 뒤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님, 광주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A군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배우게 됐다"면서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배재고 야구부 감독 B씨도 "선수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쳐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이 가장 크기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경기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동업자 정신, 선수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고 인도하지 못했다"며 "저의 언행과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한 듯해 더욱 자책하며 부끄러울 뿐"이라고도 했다.

 

교장 등 배재고 교직원들은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 의식과 역사 인식의 총체적 붕괴에서 비롯된 사례로 보고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자체 진상조사 및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러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배재고 선수들과 마주한 광주일고 선수단 대표 C군은 "저희도 다른 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대에 대한 조롱과 비하 응원을 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광주일고 야구부 감독 D씨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실수는 반성하면 된다"며 "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D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양보하고 손해 보고 살아라'라고 한다"며 "배재고와 언제 다시 그라운드에서 경기한다면 좀 더 멋지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어머님들께서 들어올 때부터 눈물을 흘리고 계셔서 마음이 아팠다"며 ""배재고 학생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잘 살아가는 것이며 다음에 다시 만나 서로 마음껏 실력을 펼치고 멋진 웃음을 주도록 약속하자"고 격려했다.

 

양쪽 선수단은 이어 광주일고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함께 참배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광주일고 전신인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1929년 광주-나주 통학 열차에서 조선 여학생들을 희롱하던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으며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독립운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학생들은 이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로 이동해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묘역을 참배하며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학습했다.

 

묘역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 교육감도 동행했다.

 

정 교육감은 "광주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시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시작된다고 믿고,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회복을 전개하고자 한다. 교육공동체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김 교육감은 "공동참배는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의 과정이자 민주주의를 배우는 뜻깊은 실천"이라며 "잘못을 돌아보고 서로 이해하고 미래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새 출발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 모습.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 모습.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앞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 일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고 외쳤다.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고 홍보한 사건과 맞물려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배재고는 선창한 학생과 '탱크 데이'라고 소리친 학생 총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 회부하고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으로, 결과에 따라 교장·교감 등 관리자 책임을 물을지 여부도 검토한다.

 

학교와 교육청 처분과는 별도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배재고에 6개월 출전 정지와 함께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의 남은 경기 몰수패를 의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