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 중인 SBS ‘김부장’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MBC ‘오십프로’(포스터), 오는 31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유부녀킬러’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에 특별한 일을 했던 인물이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숨겨둔 본모습을 드러내는 서사가 중심축을 이룬다는 점이다.
일명 ‘힘순찐’(힘을 숨기고 있는 찐따, 겉으로는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사람을 이르는 말)의 계보로, 이런 인물이 안방극장의 주류가 된 데에는 “지금 TV를 누가 보고 있는가”에 그 해답이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20~30대는 넷플릭스 등으로 이동했고, 전통적인 TV 본방을 지키는 핵심 시청층은 50~60대 장노년층으로 옮겨갔다. 이들에게 재벌 2세, 완벽한 엘리트, 청춘 로맨스의 남녀 주인공보다 더 강력한 몰입을 주는 존재는 ‘나와 비슷한 중년 아빠·엄마·중년 직장인’이다. ‘김부장’과 ‘오십프로’, ‘유부녀킬러’는 특수요원·해커·폭력 조직 출신이지만 지금은 동네 가게 주인, 회사 직원, 평범한 아빠·엄마로 살아가는 인물을 내세운다.
서사의 구조는 단순하다. 월급·구조조정·자녀 교육·부부 갈등 등에 시달리는 ‘짠내 나는 중년’의 일상을 보여주다가 가족이 위협받거나 생계를 뒤흔드는 위기가 찾아오면, 이들이 전투·수사·범죄기술 등 숨겨둔 과거의 능력을 다시 꺼내 들어 위기를 해결하는 식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첫 단계에서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을 느끼고, 마지막 단계에서 “저렇게라도 한 번 시원하게 싸워보고 싶다”는 판타지를 대리 체험한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중년이 가족을 위해 숨겨둔 발톱을 드러내는 장면은 팍팍한 일상, 불안정한 고용, 가족 안전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사는 시청층의 감정과 직결된다.
과거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주인공은 종종 재벌 2세, 천재 형사, 흔들림 없는 도덕적 영웅이었지만, 사회·경제적 불안이 커지면서 직장에서 좌천되고, 가족과 갈등을 겪는 김부장 같은 인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셈이다.
여기에 법과 제도가 학교 폭력, 촉법소년, 스토킹, 성범죄 등 주변의 위협에서 시민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바로 주변에 있는 ‘힘을 숨긴 중년 주인공’이 보호자와 방패막이 되어줄 것이란 기대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