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남아공 쇼크’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한국 축구가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축구계 전반의 쇄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K축구혁신위원회’(혁신위)가 6일 첫발을 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가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최 장관이 모두발언을 통해 “축구인들이 이 논의를 주도해야 하며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정부가 법이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서 협회 사무에 개입할 수 없다”면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공동위원장직을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유 회장이 “체육인의 한 사람이자 체육회 행정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고 하면서 혁신위 구성은 유승민·박지성 공동위원장 체제로 바뀌었다. 혁신위원으로 이영표, 박주호 해설위원을 비롯해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국립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최 장관은 “온 국민이 사랑하는 축구가 위기다. 성적 탓이 아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지도자와 집행부를 향한 신뢰가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의 차기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혁신위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처음임에도 논의가 길어져 예정된 시간보다 50분가량 늦게 끝났다.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박 위원장은 “오늘은 혁신위의 역할과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많은 축구인이 참여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회장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현행 제도로는 안 된다는 엄중한 인식 하에 혁신위에서 논의된 사항을 협회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검토하고, 대한체육회도 적극적으로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혁신위원들은 앞으로 최소한 1주에 한 번씩은 만나 한국 축구의 거버넌스와 미래 비전을 논의하기로 했다. 혁신위 활동이 FIFA에서 금지하는 정부 개입 등으로 볼 수 있는 여지에 대해 박 위원장은 “저희도 그런 부분에 우려했지만, 혁신위가 구속력을 갖지는 못한다. 자문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고 선을 그은 뒤 “혁신위의 역할은 한국 축구가 팬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기 단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임계를 내고 13년5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 회장은 대회 폐막 후 사임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을 수습하고 조직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퇴 시기를 앞당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