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는 주주 보호방안 마련과 주주 동의 절차를 포함한 ‘5대 주주충실의무’를 져야 한다. 일반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자회사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위한 조치다.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 부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이런 내용의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을 발표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시켜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구조를 말한다. 당국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수 지배주주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비대칭적 중복상장’이 관행적으로 추진돼 온 점을 개선하고자 관련 기준을 개편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달 14일까지 예고기간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 의결을 통해 최종 시행된다.
세부 기준에 따르면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는 5대 주주충실의무가 부과된다.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금액을 활용한 현금배당이나 자기주식 소각, 자회사 주식 분배와 같은 구체적인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주의 명시적인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찬반 결의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하고 의무 이행사항을 단계별로 공시해야 한다. 주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도 공시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
모회사 이사회가 이런 의무를 다할 때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이사회의 의무 이행 여부를 깐깐하게 따지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판례를 참고해 도입한 장치다. 이런 5대 의무는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킬 때도 동일하게 적용하며, 어기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매매거래정지 1일 조치를 받는다.
◆특례심사선 독자생존·주주보호 검증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최종적으로 상장에 찬성 결의를 해야만 거래소가 중복상장 특례심사에 들어간다. 특례심사는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까지 별도로 증시에 입성할 때 일반 상장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기존 모회사 주주가 입을 수 있는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심사에서는 자회사의 영업과 경영 독립성과 함께 모회사 투자자 보호 노력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자회사가 모회사의 영업망에 크게 기대어 매출을 내거나 핵심 경영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모회사에 의존한다면, 자회사가 독자적인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없다.
투자자 보호 요건 충족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는 ‘3%룰’에 기반한 주주 동의 여부다. 3%룰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주총에 출석한 주주 지분의 과반이 찬성하고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만 상장 요건을 채운 것으로 인정한다. 당초 일반주주들끼리만 표결에 참여해 과반의 찬성을 얻게 하는 방식 도입이 거론됐지만, 상법상 주주평등 원칙 등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상장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요건 충족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주 동의 기준은 자회사 성격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매출과 자산, 영업비중이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동의 절차가 면제되지만, 모회사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큰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할 때는 주주 동의가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