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아래 자리 잡은 국가기록원 성남분원 복원실에서 양소은 학예연구관이 2014년 세월호 관련 기록물인 ‘항박일지’를 복원하기 위해 건식 클리닝 작업을 진행하면서 학예연구관의 직업적 소명의식에 대해 말했다.
국가기록원(國家記錄院)은 정부 영구보존 및 준영구보존 문서 등을 수집·관리·보존하고, (일반인들의) 열람도 가능할 수 있도록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1969년 총무처 소속 ‘정부기록보존소’로 출범해 2004년 5월 국가기록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정부 문서뿐 아니라 사진, 영상, 지도, 음성 자료 등 다양한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물은 국가 정책의 변천 과정과 국민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기록물 복원처리 과정은 먼저 복원 대상 기록물의 훼손 상태 조사에서부터 시작한다. 오염물을 제거하는 건식·습식 클리닝과 기록물에 붙어 있는 테이프제거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후 보존용 재료를 이용해 결실 부를 보강한 뒤 건조 및 제책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모든 처리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까다롭고 복잡한 여러 단계의 복원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주요 복원 기록물로는 2023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인 전봉준 판결문이 있다. 이 기록은 1895년에 생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형사재판 판결문으로 전봉준, 손화중, 최경선 등 총 217명의 선고서가 포함되어 있다. 소장 세계기록유산 기록물로는 새마을운동 기록물과 5·18 관련 기록물도 복원했다. 그 외 ‘6·25 한국전쟁 기록물’(1950), 조선총독부 기록물인 ‘토지조사부’(1919) 등이 있다.
국가기록원은 복원·복제 처리 지원 서비스도 하고 있다. 외부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관이 소장한 기록물 중 자체적으로 복원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지원을 요청하면 된다. 2008년부터 2025년까지 80개 기관 총 9172건 기록물의 복원과 복제 등 서비스를 지원했다. 주요 사례로는 이육사 기념관 소장 ‘이육사 친필 편지 및 엽서’, 유관순 열사 기념관 소장 ‘김구 선생의 추도사’ 등이 있다.
특히 훼손이 심해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기록물들이 복원 이후 국가 또는 지방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례들이 있다. ‘이육사 친필 편지 및 엽서’(2022)와 ‘삼계강사계안’(2021)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훼손 심화 기록물로는 2017년 세월호 수습 기록물이 있다. 2014년 4월 침몰 뒤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에서 꺼낸 기록물은 펄과 기름에 범벅인 상태였고 염분과 펄, 기름 등을 제거하고 해체해 1년 동안 113점 9699매를 복원했다. 종이기록물 수작업 복원 외에도 과학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복원 작업도 하고 있다. 오염물질로 기록 내용이 보이지 않는 기록물, 영수증 같은 특수지에 기록되어 휘발된 기록물에 대해서는 과학수사에 쓰이는 ‘분광 이미지 비교 감식기’를 이용해 기록 내용을 디지털 복원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기록물에 대한 우수한 보존·복원처리 역량을 갖추고 AI 대전환 시대에 기록의 미래가치 확산과 활용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적인 기록 강국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의 기억, 세계의 기록 전시가 부산 BEXCO에서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립니다. 국민들이 전시 관람을 통해 한국 기록 유산의 가치와 기록의 소중함을 느끼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용철 국가기록원 원장은 소중한 기록유산의 체계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복원실 최정예 학예연구사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 자산인 소중한 기록물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후손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