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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놓친 3000만원짜리 사기 사건…검찰 보완수사에 140억원대 전모 드러나 [사건수첩]

“물건도 없이 141억 꿀꺽”…신종 ‘유령·백렌탈’ 사기극, 검찰 끝장 수사에 들통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물품을 빌려준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미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던 기계를 새롭게 렌탈하는 것처럼 속여 여신금융회사로부터 140억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린 신종 ‘허위 렌탈 금융사기단’이 검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붙잡혔다.

 

이들은 돈이 급한 소상공인들을 꼬드겨 금융회사 자금으로 사실상 대부업을 일삼았으며, 이 과정에서 여신금융회사 직원은 고급 외제차와 뒷돈을 받고 사기극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자칫 3000만원짜리 단순 개인 사기로 묻힐 뻔한 사건을, 집요한 보완수사로 400억원대 금융사기의 전모를 밝혀냈다.

 

최나영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사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최나영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사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실체 없는 ‘유령·백(Back)렌탈’의 기막힌 사기극

 

창원지검 형사4부는 허위 렌탈 계약을 근거로 4개 캐피탈사 및 신용카드사를 속여 약 141억원 상당의 금융서비스 자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창원 소재 ㄱ렌탈사 대표 A(57)씨와 이사 B(5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한 이들의 부정 심사를 돕고 대가를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ㄴ캐피탈사 리테일금융부 부부장 C(43)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 수법은 기상천외하고 교묘했다.

 

2020년 창원에 설립된 ㄱ렌탈사는 자금난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병원, 공장, 호텔, 식당 등의 사업자들을 노렸다.

 

범행 수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예 실물 물건이 전혀 없음에도 마치 가전제품이나 의료기기를 빌려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이른바 ‘공(空)렌탈(유령 렌탈)’ 수법이거나 사업자가 기존에 이미 쓰고 있던 기계를 ㄱ렌탈사가 샀다가 다시 그 사업자에게 렌탈해 주는 것처럼 꾸민 이른바 ‘백(Back)렌탈’ 방식이다.

 

이들이 이러한 가짜 계약을 한 이유는 여신금융회사의 ‘팩토링·할부·리스’ 금융제도를 악용하기 위해서였다.

 

통상 렌탈사가 이용자와 계약을 맺고 금융사에 렌탈 채권을 넘기면, 금융사는 렌탈사에게 할인된 양도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이용자에게 매달 할부금을 받는다.

 

ㄱ렌탈사는 가짜 계약서와 허위 물품설치확인서를 통해 캐피탈사로부터 양도대금을 받았고, 이후 받은 양도대금에서 약 11%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내 자신들의 수익으로 챙긴 뒤 나머지 대금을 이용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회사의 자본으로 자신들이 사실상 대부업을 하면서, 나중에 돈을 못 받을 위험은 금융회사에 떠넘긴 셈이다.

 

결국 고액의 렌탈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이용자들이 줄줄이 체납하면서 금융회사는 대규모 부실 폭탄을 맞았다.

 

실제 ㄱ렌탈사가 관여된 채권의 54.5%(1094건 중 596건)가 연체나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뒷돈 받은 캐피탈 금융심사 직원

 

어떻게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을까.

 

검찰 수사 결과 ㄱ렌탈사는 서울의 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인 ㄴ캐피탈사의 금융심사 담당자 C씨와 검은 거래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4년간 ㄱ렌탈사가 신청한 허위 금융서비스 승인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승인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제공받았다.

 

C씨가 그렇게 챙긴 뒷돈만 1억6200만원에 달했고, 고급 승용차 렌터카 비용 4300만원까지 대납 받아 타고 다니는 등 총 2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경찰이 놓친 3000만원짜리 사건…검찰 보완수사로 400억대 비리 드러나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단순 사기 사건으로 묻힐 뻔했으나,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

 

당초 경찰은 2024년 7월 한 캐피탈사가 “ㄱ렌탈사를 통해 3000만원을 융통한 이용자가 돈을 안 갚는다”며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뒤 이용자만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 외에 이들의 범행 공모관계나 범죄구조를 더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에 재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ㄱ렌탈사가 관여된 유사 사기‧횡령 등 사건이 여러 건이 있는 것을 확인, 렌탈 이용자와 캐피탈사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5차례에 걸친 ㄱ렌탈사 계좌 추적과 2차례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얽히고설킨 범죄 조직의 실체와 증거를 찾아냈다.

 

그 결과 3000만원짜리 사기 사건은 여신금융사 4곳에서 141억원을 뜯어낸 금융비리 사건으로 드러났고, 범행을 주도한 A씨와 B씨는 구속기소됐다.

 

경찰이 놓쳤던 사건의 실체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로 그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ㄷ씨의 부동산 등에 대해서도 추징보전 명령을 신청해 범죄수익 환수 조치까지 마쳤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ㄱ렌탈사 관련 전체 피해 규모는 전국적으로 약 41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에 기소한 141억원 외에도 외부 영업사 등이 연루된 추가 범행에 대한 추가 보완수사를 검찰이 직접 계속해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비리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