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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향한 이질적 시선… 재일교포에겐 먼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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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3세 손명아 감독, 영화 ‘트로피’ 연출
“간첩학교 낙인 대신 평범한 소녀 그렸죠”

북한 훈장과 방탄소년단(BTS). 한 작품에서 공존하기 어려운 두 소재가 한 재일교포 소녀의 성장담에서 만난다.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영화 ‘트로피’는 BTS 콘서트에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가 북한에서 받은 훈장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파는 중학생 ‘소희’(항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재일교포 3세 손명아 감독이 조선학교를 졸업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5일 부천에서 만난 손 감독은 “어린 시절 쌓였던 분노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말했다.

손명아 감독.
손명아 감독.

영화 속 소희의 아버지는 조선학교 교장이다. 학생 모집과 학교 운영에 매달리느라 늘 바쁘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 망가진 세탁기 하나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살림은 빠듯하고, 돈 문제로 부모의 다툼도 잦다. 소희는 그런 아버지를 향한 불만을 품고, 조선학교 학생으로 배워온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도 흔들린다.

손 감독에게 이 설정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그의 어머니 역시 조선학교 교사였다. 그는 “어머니는 일이 너무 바빠 늘 늦게 귀가했고, 그 때문에 아버지와 싸우기 일쑤였다”며 “가정보다 중요한 학교라는 게 대체 뭘까, 학창 시절 품은 마그마 같은 분노가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소희는 조선학교 무용부 단원으로, 전국 조선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무용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한다. 무용 선생님은 ‘조선 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안무를 온 마음을 다해 춰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소희는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손 감독은 “소희에게 ‘조국’은 배워서 아는 대상일 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멀고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조선무용과 BTS라는 서로 다른 문화를 한 소녀 안에 겹쳐 놓는다. 학교에서 조선무용을 연습하는 소희는 집에서는 BTS 안무를 따라 춘다. 손 감독은 “일본에서 K팝은 멋진 것, 유행하는 것으로 통용되는 반면 조선무용은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의 자료화면으로나 소비된다”며 “원래 같은 나라였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그 이질성을 포착하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 '트로피'의 한 장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영화 '트로피'의 한 장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극의 중심이 되는 ‘북한 훈장을 판다’는 설정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격려로 더욱 선명해졌다. 손 감독은 고레에다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 분부쿠(分福)에 몸담으며 ‘브로커’ 등 작품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그는 “한두 달에 한번 열리는 분부쿠 기획회의에서 ‘북한 훈장’ 아이디어를 냈는데, 고레에다 감독님이 그 설정이 재미있다고 해주셨다”며 “그 조언을 바탕으로 방향을 잡고 기획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조선학교를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를 표명하는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며 “다만 조선학교 모체가 북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간첩 양성소’라는 식으로 보는 많은 사람에게, 소희처럼 또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평범한 아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로피’는 일본에서는 이달 10일, 한국에서는 올 12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