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호조로 기업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올해 1분기 비금융법인의 여유자금 규모가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 여유자금도 큰 폭의 상승을 보였는데, 은행 예금보다 주식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흐름이 뚜렷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기업, 정부 등을 합한 국내 경제부문 순자금운용 규모는 8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51조9000억원)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을 뜻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20조8000억원)로, 통계가 편제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직전 최대치는 2024년 1분기(5조8000억원)였다. 지난해 4분기 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 약 21조원까지 급증한 것은 반도체 호황의 영향이다. 이 기간 상장기업 당기순이익이 31조원에서 111조4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상장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조7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올라갔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비금융법인은 생산 활동의 주체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위해 설비 및 기술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실물 투자가 금융투자보다 많은 자금 부족 주체”라며 “이번 분기 반도체 경기 호조로 인한 영업이익 급증으로 비금융법인 기업에서 큰 폭의 여유자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비금융법인의 자금운용은 상거래신용과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전 분기 58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137조원으로 불어났다. 자금조달도 금융기관 차입과 상거래신용 등을 중심으로 58조3000억원에서 116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지난해 4분기 67조원에서 올해 1분기 79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자금운용 규모는 96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84조3000억원)보다 늘어난 반면, 자금조달은 17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17조3000억원)보다 소폭 축소됐다. 금융기관 차입이 18조원에서 16조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자금운용 중에는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이 34조원에서 61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금융기관 예치금도 12조8000억원에서 29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기관 예치금 증가는 상당 부분 증권예탁금 확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은행 예금이 많이 줄어든 반면 주식예탁금이 많이 늘어나는 등 주식 쪽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1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3%로 전 분기(88.1%)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조치와 은행의 관리 강화 등으로 부채 비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팀장은 “가계부채가 상당폭 관리되고 올해 GDP가 상승률 10%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가계부채비율이 꽤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2분기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많이 증가해서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속도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재정 신속 집행으로 정부 지출이 수입을 웃돌면서 19조원에서 23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국외부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8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이전 최대치는 지난해 3분기 53조3000억원이다.
김 팀장은 “국외 부문의 순조달 규모 역시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국제수지 증가에 영향을 받았고, 상당 폭은 반도체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