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냈다. 3분기 내리 사상 최대다. 약 17조원으로 추정되는 성과급 충당금 등을 합산한 실질 영업이익은 106조원에 달한다. 분기이익 100조시대는 글로벌 빅테크인 애플과 엔비디아조차 가보지 못한 대기록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70조원에 이르고 내년 50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대약진은 유례없는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부단한 혁신이 더해진 결과다. D램 가격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편승, 급등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역량과 최고 품질을 갖춘 강점이 빛을 발했다. 우려가 컸던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5세대(HBM3E)를 넘어 HBM4 세계 최초 양산 출하, HBM4E 세계 최초 샘플 출하와 같은 성과를 냈다.
아직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 이날 역대급 실적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한때 10% 넘게 폭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AI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 데다 주요국 기업들의 동시다발 증설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7∼12년 앞당기고 호남에도 반도체 팹 4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도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8년을 전후해 신규물량이 쏟아져 반도체 가격이 하락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는 부침이 큰 사이클 산업인 만큼 호황기에 미래에 닥칠 불황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길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호황에서 거둔 이익을 미래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반도체전쟁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이기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업투자, 정부지원이 어우러진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오직 속도전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주52시간제나 노란봉투법과 같은 반기업 정책을 확 바꾸고 전력과 용수, 인재 등 인프라 지원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