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생명체로, 나아가 본성과 기본적 욕구가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거의 유일한 법이다. 그러나 민법 제98조는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권리 주체가 아닌 객체라는 얘기다. 그래서 누군가의 ‘재물’이거나 ‘무주물’(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물건)일 뿐이다. 재산적 가치로 평가되고 압류되며, 재산분할 대상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팔릴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빚을 받아내려고 채무자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 집행을 법원에 신청하는 일도 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사고로 잃고도 가해자에게 정신적 충격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아낼 길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다.
형법에서도 동물은 재산죄 보호 대상에 그친다. 동물학대 범죄는 단순 재물 손괴 수준으로 처벌돼왔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동물보호법 위반 1심 판결 114건 중 63.2%(72건)가 벌금 등을 포함한 재산형이었고, 유기(징역)·집행유예는 17.5%(20건)에 그쳤다. 동물보호법은 1992년 제정됐지만, 동물학대를 예방하고 반려동물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전부 개정돼 시행에 들어간 건 2023년 4월부터였다.
동물권 법적 보장에서 독일은 선도적인 나라다. 1933년에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동물실험을 규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데 이어 1990년엔 민법을 개정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고 규정했다. 2002년엔 헌법 격인 연방기본법을 개정해 동물보호 조항을 신설했다. 오스트리아(1988년)와 스위스(2003년), 프랑스(2015년)도 민법을 바꾼 바 있다.
법무부가 물건으로 간주되던 동물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해 민법 규정 개정 논의에 착수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8%는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별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법무부는 2021년에도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21대 국회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마하트마 간디는 ‘국가의 위대함,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법적 지위가 달라져도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가 그대로면 공염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