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한 달 넘게 봉인돼 있던 투표지 247만장에 대한 공개 재검표가 추진된다. 국민의힘이 선거 관리 불신 해소를 명분으로 공개 재검표를 요구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국정조사특위 의결이 있을 경우 현장 재검표에 응하겠다고 보고하면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거관리 부실이 이미 드러난 가운데, 여야가 공개 재검표에 합의할 경우 한 달 넘게 멈춰 있던 투표지 처리 절차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앙선관위는 7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에서 진행된 국조특위 현장조사 기관보고에서 “국민적 불안감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표지 등의 이송이 필요하고, 이에 앞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국조특위에서 의결한다면 핸드볼경기장 현장에서 공개 재검표에 곧바로 응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440명을 투입해 특위·참관인·언론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9시간가량 검증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검증 후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로 투표지와 투표함 등을 이송할 계획이다. 재검표 비용 약 5000만원은 선관위가 직접 부담하겠다고 했다.
현재 핸드볼경기장 개표소에 보관된 투표지는 서울시장 선거 37만장, 송파구의회의원 마선거구 25만장, 잠실7동 4만장 등 총 247만장이다. 이들 투표지는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 여파로 송파구 전역의 투표함 약 380개와 함께 반출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은 “(재검표는)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고, 특히 송파구 핸드볼경기장 밖에 있는 참정권 수호를 외치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포용조치라고 보고 있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강 직무대리는 “그런 측면에 더해 해당 투표지 자체가 선거 당일에 개표한 투표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답했다. 다만 개혁신당 소속 이준석 위원은 “투표용지 무결성을 검증하라는 요구가 있느냐”며 “정치적인 재검표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선관위가 기준을 제시하고 국조특위에서 검토 후 천명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는 247만장의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 절차와 방식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한병도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조특위 회의에 앞서 해당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재검표 동의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투표용지 247만장에 대한 재검표와 수개표를 여야 협의를 통해 국조특위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 참정권 침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통해 선거 사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위원장은 공개 재검표를 전제로 한 여야 합의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일 송파구선관위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현장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날 현장조사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사태 발생 직후 상황실 보고·대응 부실 문제를 중심으로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비상상황 대응체계 개선안과 관련, 선보고 후조치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보고했는데 기존에도 보고 시스템이 있는데 보고 자체를 안 해버리니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 “6월3일 가장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곳이 중앙선관위 상황실인데 투표가 끝난 시점에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위 대행에게 보고됐다”며 “국민들이 수사를 원하기 때문에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도 위 대행에 “이런 (보고) 문건 쓰실 시간에 사퇴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내 특별위원회도 이날 2차 회의를 열고 선관위 내부 고발자를 위한 면책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회의에서 “선관위 개혁은 외부로부터의 개혁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며 “선관위 공익 신고자 지원을 위해 철저한 익명성 보장, 수사 과정에서의 불처벌 등 보호 원칙을 세워 달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