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광주 지역 소방 조직의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신고·처리 건수가 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광주 20대 소방관이 회식·음주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소방청이 집계한 갑질 신고·처리 현황에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조직 내 위계나 보복·불이익 우려로 피해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접수된 사건을 조사·처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할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소방 조직 내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은 모두 108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북부 포함) 25건, 충남 18건, 인천·전남 각 8건, 서울·경남 각 7건 순이다. 광주와 세종은 같은 기간 갑질 신고·처리가 한 건도 없었다.
문제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피해가 정부 조사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숨진 광주 20대 소방관이 사내 회식 참여를 사실상 강요받아 2024년 7월부터 약 15개월간 24차례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일부 상사는 폭탄주를 한 번에 마시도록 강요하고 ‘오빠라고 부르라’며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게 했다. 장례식장에서 상차림과 심부름을 시키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술·커피를 사 올 것을 요구한 이도 있었다.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은 관리자급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급별로는 소방위가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방경 33건, 소방령 15건, 소방장 13건 순이었다. 소방위와 소방경 두 계급에서만 68건으로 전체의 약 63%를 차지했다. 특히 4급 상당인 소방정은 건수로는 6건이었지만 총원 403명 대비 발생 빈도가 평균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방청은 소방관 사망 사건 이후 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갑질 집중 제보 기간 운영 등에 나섰다. 이날부터 19일까지 2주 동안은 전국 소방공무원 약 6만7000명을 대상으로 ‘소방 조직문화 실태·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달 말 ‘조직문화 혁신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의원은 “소방청 신고 0건이라는 통계는 괴롭힘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억압적인 조직문화를 증명할 뿐”이라며 “국민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의 존엄을 앗아가는 현실을 막기 위해 사후 대응이 아닌 상시적이고 강력한 예방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