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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8% “동물은 물건 아니다”… 민법 개정 논의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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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손배 재산상 손해만 인정
법무부, 입법 관련 여론조사 실시
16일 동물 법적지위 개선 토론회
정성호 법무 “입법에 최선 다할 것”

국민 10명 중 8명은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별해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이 “반려동물 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법무부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법무부는 7일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을 주제로 지난달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별해야 한다’는 응답이 87.8%에 달했다고 밝혔다. ‘구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12.2%였다. 이번 조사는 법무부가 지난달 22∼25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무부 청사 전경. 법무부 제공
법무부 청사 전경. 법무부 제공

동물의 소유자가 동물을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사고파는 것에 대해선 응답자 절반 이상(55.7%)이 동의했다. 하지만 동의한 응답자 중에서도 동물을 물건과 구별해 규정해야 한다는 답이 83.8%에 달했다. 동물을 기르고 있는 응답자들은 구별이 필요한 동물 범위에 대해 반려동물(40.3%), 야생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39.2%), 반려동물과 가축(20.5%) 순으로 꼽았다. 설문 응답자 중 절반(51.2%)은 민법상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간 법조계에서는 동물을 유체물인 물건 또는 재산권의 객체로 해석해 왔다.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으로 보고 채무자의 반려동물을 압류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이혼할 경우 이를 소유권이나 재산 분할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법이 동물보호의 필요성과 기준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동물의 사망이나 상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전통적으로 치료비나 교환가치 등 재산적 손해를 중심으로 인정돼 왔다. 반려동물이 사고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은 가액 중심으로 제한돼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최근 일부 판례에선 동물의 반려 가치를 인정해 정신적 위자료 등이 함께 책정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는 개별 판사의 재량에 따른 것이지 법적으로 명확한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학대 사건에는 통상 형법상 재물손괴죄와 동물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물손괴죄는 동물의 생명·신체가 아닌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소유자의 학대나 소유자 없는 동물에 대한 학대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반려동물 간 사고나 과실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법무부는 2021년에도 민법에 98조의2를 신설해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낸 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에서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민법상 물건 개념은 전체 법질서와 연관되는데 민법에 이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16일 대검찰청 별관 베리타스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적 합의를 통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