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일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었다.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며 한국에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안겼다. 그리고 3년여 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가 다시 벤투라는 이름 앞에 섰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던 벤투 감독이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을 대한축구협회(KFA)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경쟁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7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벤투 감독은 최근 친분이 있는 협회 인사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직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공식 지원서를 제출한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벤투 감독이 알고 있는 협회 직원을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투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배경에는 한국 축구가 맞닥뜨린 위기가 있다.
한국은 지난달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승2패에 그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종 순위는 34위였다. 결국 홍 전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첫 회의를 열며 후임 사령탑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감독 선임은 단순히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월드컵 실패 이후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당장의 성적 반등을 위한 단기 처방을 택할 것인지, 다음 월드컵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운영 방식을 구축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벤투 감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그는 한국 축구가 최근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던 시기의 경기 철학과 운영 방식을 상징하는 지도자다.
벤투 감독은 2018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가 한국 선수들에게 맞는 축구를 구현할 수 있을지, 후방 빌드업을 기반으로 한 축구가 국제 무대에서 통할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였다. 선수단 운영의 일관성을 유지했고, 대표팀은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한 경기 방식과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변모했다.
감독 교체 때마다 반복됐던 전술 변화와 시행착오를 줄이고, 선수들이 같은 방향성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타났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이었다. 벤투 감독은 2018년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약 4년4개월 동안 팀을 이끌며 역대 한국 대표팀 감독 가운데 최장수 임기를 기록했다.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 대신 결별했지만, 한국 축구 팬들에게 남긴 영향은 컸다. 팬들이 붙인 ‘벤버지’라는 별명은 그의 지도 방식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신뢰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 방향과 축구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장 큰 변수는 대한축구협회와 벤투 감독 사이의 권한 조율이다. 벤투 감독은 과거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과 선수 관리 권한을 중요하게 여겼다.
만약 다시 한국행을 선택한다면 단순한 성적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과 안정적인 운영 환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연봉과 계약 조건도 변수다. 대표팀을 떠난 이후 UAE 대표팀을 맡으며 국제무대 경험을 이어온 만큼, 과거 부임 당시보다 높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