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 제도(諸島)는 남대서양 위에 떠 있는 섬들로 아르헨티나와 가깝다. 원래 스페인 지배를 받았고 ‘말비나스 제도’라는 스페인어 지명이 따로 있다. 그러나 1833년 당시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지난 영국이 포클랜드 제도를 자국령으로 편입했을 때 아르헨티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 했다. 1816년에야 비로소 스페인에서 독립한 아르헨티나는 아직 나라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2년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정권이 “독립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말비나스 제도 영유권도 함께 넘겨받았다”는 이유를 대며 전쟁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늦었다. 영국군 255명, 아르헨티나군 649명이 각각 전사한 포클랜드 전쟁은 영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전후 4년이 흐른 1986년 멕시코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토너먼트 8강전에서 맞붙었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디에고 마라도나(2020년 별세)가 왼손을 공에 대는 핸들링 반칙으로 넣은 골이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아르헨티나가 2-1로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저 유명한 ‘신(神)의 손’ 사건이다. 아르헨티나는 내친 김에 결승까지 올라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아르헨티나 국민은 마라도나의 일탈 행위를 비난하기는커녕 그를 국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훗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2025년 선종)를 알현했을 때 프란치스코는 웃으며 마라도나에게 “(양손 가운데)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물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극우 성향 정치가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무척 친하다. 밀레이는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와 가장 먼저 만난 외국 정상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에 돌입하고 영국이 미국을 돕길 주저하던 지난 4월 뜻밖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아르헨티나 간 포클랜드 영유권 다툼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편을 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동맹인 미국과 ‘특수 관계’(Special Relation)를 맺었다고 여긴 영국으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 됐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신이 나서 영국에 “말비나스 제도를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이 8일 끝나고 마침내 8강 대진표가 완성됐다. 오는 12일 오전 잉글랜드가 노르웨이와 8강전을 치르고, 4시간 뒤 아르헨티나가 스위스를 상대로 4강 진입에 도전한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랭킹으로 대표되는 객관적 전력 면에서 잉글랜드(4위)와 아르헨티나(2위)가 각각 상대방인 노르웨이, 스위스에 훨씬 앞선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나란히 4강에 오르면 준결승전에서 결승 진출자를 가리게 된다. 이 경우 1986년 마라도나가 연루된 신의 손 사건 이후 꼭 40년 만에 성사되는 월드컵 역사상 최고 ‘빅매치’가 아닐 수 없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8골)와 잉글랜드 해리 케인(6골)의 득점왕 경쟁 승부도 걸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