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돼 온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247만 장에 대한 공개 검증이 여야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합의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수개표 방식의 확인 절차에 동의했고 선관위도 협조 입장을 밝히면서, 34일째 이어진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 미개표 투표용지 247만 장 공개 검증 급물살
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전날(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현장 조사에서 서울 송파구 투표용지 보관 문제를 집중 점검했다.
현재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는 당시 사용된 송파구 투표용지 약 247만 장이 보관돼 있다.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의원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재검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공개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앞서 5일에도 공개 재검표를 직접 제안했다.
윤 의원 제안에 민주당도 공개 확인에 동참하는 입장을 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투표용지 247만 장에 대한 재검표와 수개표를 여야 협의를 통해 국정조사특위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440명 투입 검증 방식·공개 논의
선관위도 국회 요구에 맞춰 검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국조특위에서 “특위에서 결정하는 시점에 맞춰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강 직무대리는 재검표에 대해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고, 참정권 수호를 외치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포용조치”라고도 밝힌 바 있다.
선관위는 인력 440명을 투입하면 약 9시간 안에 확인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 예산은 약 5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 작업은 투표지를 임시 보관 장소인 올림픽공원에서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로 옮기기 전, 육안으로 재확인하고 정당·후보자별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는 이송 전 확인 절차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증 과정에는 국조특위 위원과 후보자 추천 참관인, 언론 등이 참여하는 공개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 검증 범위 놓고 여야 시각차
여야 모두 투표용지 확인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검증 범위를 두고는 차이를 보였다.
먼저 민주당은 기존 개표 기록과 실제 확인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경우에 대비해 처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수량 확인뿐 아니라 유효표와 무효표 판단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선관위는 “이번 절차가 투표용지 보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 결과 변경이나 유·무효 판단은 선거소송 등 별도 법적 절차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현행법상 자체적으로 직권 재검표를 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국조특위 의결을 거쳐 투표지 검증 형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 34일째 봉쇄 시위·경찰 수사 71건
한편 이 같은 공개 검증 논의는 34일째 이어지고 있는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를 배경으로 한다.
경기장에 입주한 12개 체육단체의 업무 마비 피해도 커지는 가운데, 경찰은 시위 관련 사건 83건 중 71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중인 71건은 폭행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 등 53건·74명 △명예훼손·모욕 등 10건·66명 △강요·업무방해 등 5건·27명 △공무집행방해 3건·9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수사가 종결된 12건 가운데 7건에 연루된 4명은 검찰에 송치됐으며 이 중 1명은 구속됐다. 나머지 5건에 연루된 6명은 일반 시민 간 폭행 등 사건으로 불송치 처리됐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을 홀로 막아 이른바 ‘올다르크’로 불리는 30대 여성 A씨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진행된다.
2030세대 이탈로 오프라인 시위 동력은 꺾였지만, 247만 장 공개 검증 합의는 오히려 시위 측이 요구해 온 ‘투명한 재검표’를 정치권이 제도권 절차로 흡수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시위 규모와 별개로 여야가 검증에 전격 나선 배경에는 선거관리 신뢰 회복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