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통해 전면전 재개 위기를 가까스로 피한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다시 무력충돌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양국이 아직 종전 MOU 파기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어 외교적 소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MOU 체결 직후부터 제기된 잠정적 합의의 취약성을 또 드러냈다는 평가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공방이 빈번해질 수 있는 만큼 양국이 이를 문제 삼으며 갈 길이 먼 종전 실무 회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은 7일(현지시간)부터 이틀에 걸쳐 서로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공습을 주고받았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 대해 8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6∼7일 상선 3척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조치라며 "이란군의 이러한 부당한 공격은 휴전을 명백하고 위험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며 항행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날 공격은 이란에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큰 규모로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종전 MOU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이란 원유 판매 제재 면제를 없던 일로 만든 것이다. 이란 원유 판매 허용은 이란이 MOU 서명으로 획득한 핵심 경제 이익으로 평가받은 조항이었다.
미국의 군사·경제 압박이 재개됐으나 이란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곧바로 맞대응에 돌입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바레인과 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을 85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이날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란은 바레인을 겨냥한 추가 공격도 감행했다.
AFP통신은 8일 오전 바레인에 세 번째 공습경보가 발령됐다며 또 다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번 충돌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국의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을 재현한 꼴이 됐다.
양국은 종전 MOU 정식 서명 9일 만인 지난달 26일에도 이틀에 걸쳐 무력 충돌을 벌인 바 있다.
충돌 재발의 가장 큰 원인은 MOU 내 모호하게 규정된 호르무즈 항행 자유화 문제에 있다.
MOU 5조에는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란은 해당 문구를 근거로 호르무즈 관리 권한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란은 이 같은 통제권을 실행하기 위해 미국이 제시한 오만 쪽 항로 대신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라고 선박들에 강요하고 있다.
이란은 이미 전쟁 기간에도 원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권한을 종전협상 지렛대이자 억지 수단으로 삼아왔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법상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는 국제수로라며 이란이 통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며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대치를 두고 안보 전문가들은 양국의 자의적 해석 때문에 잠정 합의의 취약성이 점점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다시 노출되자 전쟁 전 수준으로 내려가던 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현재 브렌트유 8월물은 3.2% 상승한 배럴당 76.56달러, 8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3.2% 상승한 72.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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