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앞서 지난 1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설치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도 국군사관대학교 신설안을 권고했다. 이후 사관학교 통합 추진은 정부의 핵심 국방개혁 과제로 급부상했다.
국방부는 미래 전장이 육·해·공의 경계를 허무는 전영역작전(All-Domain Operations) 시대로 접어든 만큼, 장교 양성 단계부터 합동성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명분만 놓고 보면 그럴싸하다. 그러나 과연 교육기관의 물리적 결합이 반드시 합동성 보장으로 이어지는가는 짚어 볼 문제다.
정부 구상은 사관학교 1·2학년은 통합교육을 받고, 3·4학년은 각 군에서 전문교육을 받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그사이 1·2학년의 교육 장소가 태릉 육사에서 대전 자운대로 바뀐다는 소문에다 전남 장성 육사 이전설, 태릉 육사 부지 개발설 등이 잇따르며 논란만 키웠다. 지난 6일 예정됐던 사관학교 통합 관련 국방부 브리핑까지 돌연 연기되자 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욱 증폭됐다. 결국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원 등 1000여명이 8일 국회 앞에서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찬반을 떠나 이 정도 갈등이 불거졌다면 정부가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통합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정부는 군의 합동성 부족을 절감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사관생도 순환교육과 합동 교육과정, 소령급 합동교육 등을 수년 동안 시행했다.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과거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같은 처방을 반복한다면 정책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년 임관하는 사관생도는 전체 장교 가운데 10% 수준이다. 대부분은 학군장교, 학사장교, 육군3사관학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출된다. 합동성 강화가 사관학교 통합의 진정한 목표라면 다른 장교 양성 기관에 대한 교육체계 개편까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별다른 말이 없다고 들었다. 이러니 “육사 출신 인사들의 12·3 비상계엄 연루에 대한 낙인이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릴 듣는 게다.
전문성 약화 우려도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육군은 지상, 해군은 해양, 공군은 공중을 책임진다. 작전 개념과 조직문화, 리더십은 상이하다. 사관학교 4년은 단순히 군사 전략·전술을 배우는 기간이 아니라 각 군의 역사와 전통을 체득하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공통교육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각 군 고유의 전문성과 소속감이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 전장에서 요구되는 합동성은 각 군의 탄탄한 전문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정부는 통합 필요성의 근거로 사관학교 경쟁률과 입학 성적 하락도 거론한다. 그러나 장교 지원율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처우와 복무 여건, 군의 미래 비전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사관학교 통합과는 별개다. 태릉 육사 부지를 주택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통합의 숨은 목적이라는 의심도 끊이지 않는다. 도심 한복판에 육사를 계속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겠으나, 그렇다고 국방개혁이 부동산 논란과 연결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육·해·공의 칸막이를 허물고 합동작전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이러한 합동성은 학교 간판을 바꿔 단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조직문화와 교육, 인사제도를 함께 바꿀 때 완성된다.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토머스 릭스는 저서 ‘제너럴스’(THE GENERALS)에서 미 육군의 문제는 웨스트포인트(미 육사)가 아니라 낡은 인사·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관학교 통합에 앞서 충분한 검증과 공론화, 그리고 교육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사관학교 통합이 호국 간성의 요람인 ‘육사 조리돌림’으로 비쳐서야 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