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지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밭농업에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파종·정식 작업의 기계화율이 18.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이 다양하고 재배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규모가 작아 농기계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충분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농촌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는 데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적기 영농의 중요성까지 커지면서 밭농업 기계화 전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요 밭작물을 중심으로 생산 전 과정을 기계화하고 농업로봇과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림어가 인구는 257만6000명으로 2005년 357만2000명보다 2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9.1%에서 51.3%로 22.2%포인트 상승해 농림어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으로 바뀌었다. 기후변화도 농업 자동화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이상저온 등으로 농작업 가능 기간이 짧아지고 적기에 파종하거나 수확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작업 기계화율은 논농업을 중심으로 보급이 돼 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농업은 지난해 기준 기계화율이 99.7%에 달해 사실상 대부분의 작업을 기계가 수행한다. 반면 밭농업 기계화율은 2020년 61.9%에서 지난해 67.0%로 4년 새 5.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공정별로는 경운·정지(흙을 갈아 부드럽게 고르는 작업) 100%, 방제 96.2%, 비닐피복 77.7%로 높은 수준이지만 파종·정식은 18.2%, 수확은 42.9%에 머물러 사람 손에 의존하는 작업이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밭농업 기계화의 핵심은 기계화율이 낮은 파종·정식과 수확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맞춰지고 있다.
우선 내년까지 주요 8대 밭작물인 마늘·양파·배추·무 등을 대상으로 파종부터 정식, 방제, 수확, 저장까지 전 과정 기계화 개발을 추진한다. 현장 수요가 높은 인발형 마늘수확기와 양파 자동정식기, 점파식 감자파종기, 무·콩 정밀파종기 등도 순차적으로 개발·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기계화는 농기계를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시설원예에서는 작물 생육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로봇과 방제로봇, 운반로봇 실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과수 분야에서는 방제·제초·운반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드론과 위성, 각종 센서를 활용해 생육 상태와 토양 환경을 분석하고 필요한 만큼만 물과 비료를 공급하는 정밀농업 기술도 확산되는 추세다. 농진청 관계자는 “노동력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밭농업 기계화와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을 함께 확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