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영유권 재주장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으나,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대응 수위는 낮췄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나토 정상회의가 종료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와 다른 정상들은 회의에서 군사적으로 강력한 나토를 유지하고, 지난 5년간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워 온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논의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32개 회원국 전체는 나토의 상호 방위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프레데릭센이 지칭한 나토의 ‘상호 방위 원칙’이란 동맹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두가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나토 조약 5조를 뜻한다. 일명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 조항이다. 이에 관해 덴마크와 미국 간에 아무런 이견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7일 앙카라에 도착한 직후 덴마크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그는 그린란드 문제 때문에 미국과 나토의 관계에 금이 간 것처럼 얘기하며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에 의해 통제돼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북극해 일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러시아 및 중국에 맞서려면 덴마크의 국력으로는 택도 없고, 오직 미국만이 제대로 그린란드를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진 뒤 프레데릭센은 “동맹들이 덴마크 주권을 존중하고, 그린란드가 매물이 아니란 점을 받아들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트럼프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동맹들’이라고 뭉뚱그렸다. 그린란드에 대한 덴마크의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하되 트럼프를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은 뺌으로서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덴마크는 미국에 작은 선물도 안겼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 및 북대서양에 대한 덴마크군의 감시 능력을 강화한다며 미국 보잉사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2대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덴마크 국방부는 “나토 내 공동 방어의 책임을 덴마크가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취재진은 회의 기간 내내 트럼프와 프레데릭센이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눌지, 또 서로를 향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을지 주목했으나 그런 일은 목격되지 않았다. 회의장에서 두 정상은 멀찍이 떨어져 앉았고 가급적 눈길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정상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는 프레데릭센 앞을 그냥 지나쳤고, 프레데릭센은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의식한 듯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