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000년쯤 나일강 유역의 도시국가들이 통일국가를 이루며 이집트 문명이 시작됐다. 고왕국, 중왕국, 신왕국을 거쳐 2000년 동안 30왕조가 이어졌고, 번영의 시기와 혼란과 갈등의 시기가 번갈아 나타났다. 하지만 미술에서는 안정된 양식적 특징이 유지되었는데, 미술이 추구하는 일관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집트 미술은 묘사한 사건이나 사물과 인물이 영원히 지속되게 하려 했다. 이미지에 영원성을 담으려 했는데, 이를 위해서 이미지의 형태들을 되도록 명확하게 나타내려 했다. 그래서 사물이나 인물의 특징적인 형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각도에서 표현했다. 머리는 옆모습, 눈이나 어깨나 가슴은 앞모습, 팔이나 다리는 옆에서 본 모습 등이다.
‘네바문의 정원’은 신왕국 시대 곡식 창고 관리관인 네바문의 무덤에 그려진 벽화이다. 고왕국 시대 벽화의 단순하고 엄숙한 느낌과 달리 화려한 색채와 복잡한 구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물이나 사물의 이미지에 영원성을 담기 위한 묘사 방식은 변함이 없다.
중앙의 연못 주변으로 무화과나무, 대추야자나무, 종려나무 등 온갖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풍경이다. 오른쪽 위의 누트 여신이 무화과 열매를 네바문에게 건네고 있는데, 네바문의 모습은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누트는 신성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밤하늘의 여신이고, 무화과나무는 사람들에게 안식과 생명력을 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묘사 방식은 전통을 따르고 있다. 누트의 얼굴은 옆모습, 눈과 어깨는 앞모습, 팔은 옆모습으로 그려졌다. 연못은 위에서 본 모습이고, 오리와 물고기는 옆에서 본 모습이며, 수련도 옆에서 본 모습이다. 나무들은 모두 옆모습으로 그려져 마치 연못 주변에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의 열매들까지 그려 넣어서 어떤 나무인지 쉽게 구분이 간다.
풍성한 연못과 누트 여신의 상징적 의미가 합쳐져 네바문이 살아서 누린 풍요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