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환율 여파로 밥상물가가 치솟고 있다. 농수산물 생산에 필수인 비료·유류비 등이 오르며 쌀·고등어부터 고추장 같은 가공식품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고, 외식물가마저 덩달아 올라 삼겹살 1인분 가격이 2만1000원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식료품 물가가 최상위권인 상황에서 농수산물은 물론,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는 ‘물가 도미노’가 현실화하고 있다.
9일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조기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6.9% 상승했다. 고등어값 역시 평년과 비교해 22.3% 올랐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급등해 어선들이 출어 횟수를 줄이거나 조업을 포기하면서 국내산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연합뉴스
국내 가격 안정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입되는 물량마저 고환율로 가격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수입 냉동 조기(부세) 평균 가격은 한 마리당 4850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4800원을 넘었다. 이달 수입산 고등어 1손(2마리) 평균 가격은 1만970원으로, 가격이 공개되기 시작한 2023년 8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쌀(15.1%), 감자(10.5%)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석유화학 제품과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았다.
요소 등 비료의 핵심 원료는 수입에 의존하는데 고환율 장기화로 원자재 수입 단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비료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인상, 농가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무기질비료의 경우 20kg 포대당 가격이 평균 3440원 인상되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농기계 사용료, 난방용 등유, 차광막과 지주목의 주원료인 플라스틱 가격이 고유가 탓에 일제히 올랐다. 공급량이 급증해 가격이 하락한 양배추(-35.0%), 무(-33.7%) 등의 농가는 도매가 하락에 생산비는 오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재료의 해상운송 비용부터 냉동보관, 제조공정비, 용기 제작비 등이 일제히 고유가·고환율 영향을 받는 가공식품 가격도 올랐다. 올해 상반기 북어채(15.1%), 고추장(12.1%), 젓갈(10.5%), 단무지(10.4%), 된장(8.8%)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주요 농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서울 지역 외식 메뉴 중 삼겹살(200g 환산) 가격은 올해 처음 2만1000원을 돌파했다. 삼계탕(1만8154원), 냉면(1만2615원), 비빔밥(1만1769원)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들도 1만원을 넘겼다.
우리나라 음식료품 물가는 OECD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OECD의 구매력평가(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평균(100)보다 46% 높은 146으로, 스위스(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22년(2위)과 2023년(1위)에 이어 최상위권이다. PPP 기반 물가 수준은 각국의 구매력을 반영해 상대적인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다. 일본(121)과 미국(107)은 물론 프랑스(100), 독일(95.2), 영국(91.4)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식료품 물가는 한국보다 많게는 50포인트(p) 이상 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