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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재난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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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는 법이다. 1931년 미국 보험사에서 일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산업재해 사례를 들여다봤더니 중상자 1명이 나오기 전 가볍게 다친 사람이 29명이고 상처를 입을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사람이 300명에 달했다. 대형사고는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숱한 사전징후가 쌓여 발생한다는 얘기다. 하인리히 법칙 혹은 ‘1대 29대 300 법칙’이라 불리는데 100년 가까이 재난 안전관리의 금언(金言)으로 회자된다.

1995년 6월 말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친 삼풍백화점 참사. 붕괴 2년 전부터 옥상 에어컨 냉각탑의 하중이 오래 쌓여 5층 기둥에 균열이 가고 바닥도 내려앉았다. 사고 전날에는 기둥이 옥상 바닥을 치고 올라왔고 식당가 바닥 타일까지 갈라지기도 했다. 당시 경영진은 이상징후를 무시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하다가 희대의 비극을 야기했다. 2014년 세월호도 참사 한참 전부터 많은 선원이 이상을 감지했다. 5개월 전 배가 15도 기울어져 화물이 쏟아졌고 물건을 싣다가 배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1994년 10월 붕괴한 성수대교 역시 다르지 않다. 사고 수개월 전부터 운전자들은 교량 상판이 심하게 흔들려 공포까지 느꼈다고 한다. 붕괴 직전 “다리 상판 이음새가 벌어져 한강 물이 보인다”, “연결부 단차(높낮이 차이) 때문에 차가 큰 충격을 받는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서울시는 균열부위에 이음매를 덮는 땜질식 임시조치에 그쳤다. 결국 다리가 무너져 32명이 숨졌다.

그런 성수대교의 진입 고가에서 약 9㎝의 단차가 확인됐다고 한다. 잠실 방향 올림픽대로에서 성수대교로 진입하는 램프 구간인데 방호 울타리(가드레일) 연결부위도 거의 끊어졌다.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고 강한 충격이 전해진다”는 시민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시공 직후부터 단차가 존재했고 수년간 도로가 추가로 아래로 처지지도 않았다”며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안일한 인식이다. 지난 5월 서소문 고가는 2.9㎝의 단차 현상이 발견된 지 불과 반나절 만에 무너져 내리지 않았나. 뒤늦게 서울시가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시내 교량 전수조사에 나서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안전은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