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與 공정성 안전장치 마련했다지만… ‘TF 형소법 개정안’ 뭘 담았나 [與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수사 완결성 담보 우려

검사 ‘수사 주재자’ 규정 조항 삭제
사실상 경찰의 자문역 제한 나서

공소시효 임박·시급성 요구 한정
한 차례 한해 1개월 미만 추가도

경찰이 보완수사 이행 안할 경우
공소청장, 교체·징계 요구 가능

일각 “전건송치 부활해 견제를”

더불어민주당이 9일 발의한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을 강화·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되, 공소청 소속 검사가 경찰 수사의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절차와 기한, 불이행 시 제재 수단을 법에 명시한 것이다. 여당은 수사 공정성을 확보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요구권만으로 수사의 완결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형소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이날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기능하게 해온 근거 조항인 형소법 196조를 삭제한 것이다. 현행 196조는 검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를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삭제해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착수하거나 송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도록 했다. 대신 195조를 고쳐 사법경찰관이 법률적 판단이나 증거 수집의 적절성 등에 관해 검사에게 자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검사는 수사기록과 보완수사요구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與 형소법 개정안 제출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 소속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왼쪽 두 번째)와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원 의원, 김 수석부대표, 박상혁·이해식 의원. 이재문 기자
與 형소법 개정안 제출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 소속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왼쪽 두 번째)와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원 의원, 김 수석부대표, 박상혁·이해식 의원. 이재문 기자

보완수사요구권은 현행보다 촘촘해진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는 대상과 이유를 문서로 명시해야 하고, 보완수사의 대상·방법·절차·시기 등도 구체적으로 요구하도록 했다. 경찰은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며, 필요한 경우 한 차례에 한해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행 강제 장치도 포함됐다.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공소청장은 해당 수사관서장에게 담당자의 직무배제, 교체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특정 수사관서에서 적정한 보완수사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소청장이 보완수사를 맡을 수사관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보완수사요구권을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기한과 제재를 갖춘 절차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도 포함됐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와 친족 관계 등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수사에서 배제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통제 장치도 일부 강화했다. 현행법상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는 고소인으로 제한돼 있지만, 개정안은 고발인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경우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했다

 

다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은 그대로다.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등이 수사 과정의 법령 위반,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을 신고하더라도 검사는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관여한다. 영장청구권은 헌법상 검사에게 있는 만큼, 경찰이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을 필요로 할 경우 검사에게 신청하고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는 유지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장치를 통해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TF안을 향후 법사위에서 기존 발의된 형소법 개정안과 병합 심사한 뒤 대안을 마련해 처리할 방침이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 부대표는 “법사위에서 빠르면 내일(10일)부터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서 형소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라며 “경우에 따라 8월17일 전당대회 전까지도 처리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1차 수사기관의 의도적인 증거 누락 등을 막거나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사임한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보완수사권은 완전 폐지하고 경찰 수사종결권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전반적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는 지금보다 약화되는 것”이라며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면 (모든 사건을 송치하는) 전건송치라도 부활해야 기관 간 견제가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