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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드러낸 현실… K잠수함은 왜 선택받지 못했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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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무기보다 고객 맞춤이 중요했다
세계시장은 중·소형을 원했다
K잠수함 전략,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7일 캐나다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한화오션 주가가 한때 급락하는 등 K방산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K방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전투함 시장에 여러 차례 도전해왔다.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지난해 10월 공개된 장보고-Ⅲ 배치Ⅱ 1번함 장영실함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지난해 10월 공개된 장보고-Ⅲ 배치Ⅱ 1번함 장영실함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부가기치가 높은 첨단 전투함 분야에선 실패 사례가 잇따랐다.

 

호주 호위함 사업에선 일본에 밀렸고, 인도네시아·폴란드·인도 잠수함 사업도 유럽 업체에 패했다.

 

이와 관련해 국산 잠수함과 글로벌 시장 특성을 포함한 근본적 차원의 재검토와 대안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시장에서 더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K잠수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잠수함보다 ‘적합한’ 잠수함 선호

 

CPSP는 폴란드나 인도네시아 사업보다 훨씬 중요한 사업이었다.

 

최대 1000억 캐나다달러(약 108조원)에 달하는 규모도 중요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K방산 최신 기술이 집약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지녔는 지 가늠할 시험대라는 점이었다.

장보고-Ⅲ 배치Ⅰ 도산안창호함이 군수적재를 위해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해 있다. 해군 제공
장보고-Ⅲ 배치Ⅰ 도산안창호함이 군수적재를 위해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해 있다. 해군 제공

주로 지상장비 분야에서 수출 실적을 올리던 K방산에 CPSP는 좋은 기회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부추겼다. 

 

그러나 입찰 결과는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장보고-Ⅲ 배치Ⅱ가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겐 의문스런 결과였다.

 

장보고-Ⅲ 배치Ⅱ의 성능은 우수하다. 넓은 선체와 3600t의 배수량을 지닌 대형 잠수함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기를 탑재할 수 있다.

 

세계에서 2번째로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해 최저·최고속도 잠항시간이 각각 166%, 305% 향상됐다.

 

무반향 선체 코팅과 첨단 진동 감쇠 설계를 통해 음향 스텔스 기능을 구현한다.

 

장보고-Ⅲ 배치Ⅱ는 한반도 해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한국 해군에 최적화된 형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려면 유사시 반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북한군이 탐지하기 어려운 수중에서 북한 내륙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SLBM이 적합하다.

장보고-Ⅲ 배치Ⅰ 안무함이 수상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보고-Ⅲ 배치Ⅰ 안무함이 수상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때문에 한국 해군이 새로 도입할 장보고-Ⅲ 배치Ⅲ는 배치Ⅱ보다 더 많은 SLBM을 탑재할 예정이다. 따라서 배수량도 5500t 안팎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성능이 다른 나라에서도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무기를 도입하는 국가는 자국 환경에 부합한다고 평가되는 장비를 구입한다.

 

CPSP의 경우는 어떨까.

 

CPSP의 정식 명칭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다. 초계란 ‘적의 습격에 대비하여 함선이나 비행기를 배치하여 경계하는 것’을 말한다.

 

효과적인 초계 작전을 위해선 우수한 탐지·식별·정보공유 능력과 경제성이 필수다.

 

장보고-Ⅲ 배치Ⅱ는 공격 능력이 강조된 대형 잠수함이다. 캐나다 입장에서 SLBM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장보고-Ⅲ 배치Ⅰ 신채호함이 울산 HD현대중공업 도크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보고-Ⅲ 배치Ⅰ 신채호함이 울산 HD현대중공업 도크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의 핵심 해양작전지역인 북극 환경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4년 4∼6월 포르투갈 해군 잠수함 아르파오함이 북극과 북대서양에 70일간 배치됐다. 이때 북극 빙하 아래에서 4일간 머물렀다.

 

이같은 작전활동은 유사시 러시아 핵추진잠수함이 북극 얼음 아래로 침투할 길목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춘 나토의 중·소형 디젤-전기 추진잠수함을 매복시키는 전술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선 잠수함 크기가 작고, 소음이 매우 적으며, 적 음파탐지기를 회피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 입장에선 장보고-Ⅲ 배치Ⅱ가 우수한 잠수함이다.

 

그러나 나토의 일원인 캐나다 입장에선 나토 체제를 이용한 상호운용성과 경제성 등을 갖추고, 크기도 2800t으로 작은데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212CD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우리 측이 CPSP에서 이를 더 주목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수상함·잠수함 전투체계.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수상함·잠수함 전투체계.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산 잠수함, 세계 시장서 통할 수 있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을 올린 스웨덴 A26급, 프랑스 스코르펜·오르카급, 독일 212CD급 등은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에서 활동하며 △장거리 초계가 가능하고 △정보수집·공유 능력이 높고 △AIP와 배터리 등을 결합해 잠항시간을 늘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수량도 2000∼3000t 수준인 중·소형이다.

 

신형 잠수함 수요가 있을 칠레, 이집트, 그리스 등도 이와 유사한 스타일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SLBM와 수직발사기를 탑재한 대형잠수함인 장보고-Ⅲ 배치Ⅱ로는 세계 시장에서 유럽 기종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종류의 잠수함이 필요하다.

한화오션이 필리핀에 제안하는 1400t급 잠수함(앞쪽)과 2800t급 잠수함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오션이 필리핀에 제안하는 1400t급 잠수함(앞쪽)과 2800t급 잠수함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에서도 중·소형 잠수함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한화오션은 오션 1400·20S 잠수함을 소개한 바 있다.

 

오션 1400은 인도네시아에 3척이 판매됐던 나가파사급 잠수함으로 AIP를 제외하면 독일산 214급 잠수함과 동등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후속 사업으로 프랑스산 스코르펜급을 선택한 직후 추가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션 20S는 장보고-Ⅲ를 축소한 2000t급 잠수함이다. 길이 77.5m에 최대속도는 20노트다.

 

지난 2020년 자체 모델 개발 및 모형 시험을 완료했다.

한화오션이 제안하는 1400t급 잠수함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오션이 제안하는 1400t급 잠수함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AIP와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해 잠항시간을 늘리고, 기동성 향상을 위해 잠항타를 십자형 대신 X자형으로 바꿨다.

 

HD현대중공업도 수출용으로 HDS-2300·1500·800을 제안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중·소형 잠수함은 모형과 개념 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입지를 차지하진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말 페루와 1500t급 잠수함 공동 개발계약을 맺은 정도다.

국산 소형 잠수함에 탑재되는 전투체계 모형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산 소형 잠수함에 탑재되는 전투체계 모형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폴란드·캐나다 사업에서 드러난 것처럼 SLBM과 수직발사기, 리튬이온전지를 앞세운 장보고-Ⅲ 배치Ⅱ는 국내의 기대와 달리 세계 잠수함 시장을 장악한 유럽 업체를 앞서는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많은 2000∼3000t급 시장을 겨냥, 최신 기술 또는 차별적 경쟁 우위를 지닌 국산 중·소형 잠수함을 기존의 제안 단계에서 실체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잠수함 그 자체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함의 성능이다.

 

고객에게 산업협력과 기술이전 및 금융지원을 넘치도록 제안해도, 군 전력증강 사업의 본질인 무기의 성능을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수주를 할 수 없다.

 

현재 CPSP를 제외하면, 단기간 내 사업절차가 진행될 잠수함 사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이때 잠수함 판매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 해군이 도입한 프랑스산 스코르펜급 잠수함이 브라질 해군 도크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브라질 해군이 도입한 프랑스산 스코르펜급 잠수함이 브라질 해군 도크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를 위해선 세계 시장에서 유럽 업체와 경쟁이 가능한 K방산 대표 중·소형 잠수함 표준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잠수함 산업 생태계의 범위는 유럽보다 협소하다.

 

한국 해군의 지속적인 발주로 잠수함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럽 잠수함 업계를 압도하진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제각각 중·소형 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양측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한다면, 동일한 공급망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있다.

 

이같은 문제를 고려, 국내 잠수함 기술 역량을 모두 결집해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표준형 중·소형 잠수함을 빠르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표준형 잠수함은 미래 전장 양상을 고려,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지녀야 한다.

 

독일 212CD는 북극 작전에 특화된 것과 스텔스 기능을 앞세우고 있고, 스웨덴 A26은 독특한 세일 형상을 통해 유체역학적 소음 감소를 꾀하는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표준형 잠수함도 이처럼 차별화된 기술을 갖춰야 한다.

 

무인잠수정·인공지능과의 연계, 광학 잠망경을 광전자 마스트로 대체해서 조종실-세일 배치의 제약을 해제하는 등의 신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파생형도 구상해야 한다.

한화오션이 선보이는 장보고-Ⅲ 배치Ⅱ와 2000t급 잠수함 모형을 한 관계자가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오션이 선보이는 장보고-Ⅲ 배치Ⅱ와 2000t급 잠수함 모형을 한 관계자가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소 국가 연안작전에 특화된 축소형 잠수함, 장거리 대양 초계에 초점을 맞춘 확장형 잠수함, 지상 공격을 원하는 국가에는 토마호크 등의 순항미사일 탑재 능력을 갖춘 잠수함 등을 설계해서 개별 국가 수요를 최대한 맞춰야 한다. 

 

표준형 잠수함을 만들면 업체별 마케팅 지역을 구분해서 과도한 경쟁을 피하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

 

타이푼 전투기의 경우 공동개발국들이 마케팅 지역을 서로 구분해서 활동한 바 있다.

 

한국은 돌고래급 잠수정을 독자 개발하고, 독일에서 209급 잠수함을 들여오면서 잠수함 기술을 빠르게 키웠다. 이를 통해 국내 수요를 충족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특성에 맞는 잠수함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그만큼 내수와 수출의 간극이 크다는 의미다.

 

이제 우리에겐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닌, 글로벌 고객이 마음에 들어하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CPSP 사업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