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도중 벌어진 이른바 ‘발로건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미국 백악관이 돌연 반격에 나섰다. “영국 총리실의 16강전 개입이 더욱 심각한 사안”이라며 느닷없이 총구를 영국으로 돌린 것이다. 발로건 스캔들이란 32강전에서 퇴장을 당한 미국 축구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25)이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했는데,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에 외압을 행사한 사건이다.
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앤드루 줄리아니 사무국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강전 잉글랜드 대 멕시코 경기 킥오프 시간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로건 출장과 관련해 피파에 로비를 한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스타머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백악관이 이토록 열을 올리는 것일까. 지난 5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 대 멕시코 시합이 열렸다. 당초 예정된 킥오프 시각은 오후 6시였는데, 현지 기상 당국이 폭풍우 예보를 내림에 따라 피파는 킥오프를 6시간 앞당겨 정오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그러자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스타머가 피파에 단호한 반대 의사를 전달해 결국 관철했다는 것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스타머는 “킥오프를 앞당기는 경우 잉글랜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총리실은 피파를 압박하기 위해 외교 경로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는 잉글랜드가 3-2로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줄리아니는 이 같은 사실을 소개한 뒤 “잉글랜드 대 멕시코 경기의 경우 폭풍우로부터 선수 및 관중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쟁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미국 대 벨기에 시합은 선수 한 명이 경기장에서 뛰고 안 뛰고의 문제”라며 “두 사안 간에는 매우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발로건은 트럼프의 행위를 거듭 옹호하며 “대통령이 원한 것은 공정한 플레이 그것뿐이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발로건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의 월드컵 32강전에서 골을 넣으며 미국의 2-0 승리를 견인했으나, 경기 도중 상대방 수비수의 발목을 밟는 반칙을 저질러 레드카드(퇴장)를 받았다. 축구 시합에서 퇴장을 당한 선수는 그 다음 경기에는 출장이 금지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발로건은 트럼프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파가 발로건에게 출전 정지의 ‘1년 집행유예’라는 특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파문이 확산하고 트럼프가 궁지에 몰리자 줄리아니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32강전 미국 대 보스니아 시합을 담당한 심판진 가운데 승부 조작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경력이 있는 인물이 포함됐다”며 “퇴장 결정의 절차에도 오류가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