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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실패, 나토만의 문제였나… K방산 전략의 빈틈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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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는 성능 아닌 MRO였다
나토 리스크, 세 번째 놓쳤다
수출 공식 바꿔야 반등한다

K방산의 해외 수출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K방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빠른 납기와 우수한 가성비를 앞세워 지상장비 분야에서 수주 실적을 올렸다.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산안창호함이 지난 3월 25일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산안창호함이 지난 3월 25일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하지만 각국이 30~50년간 운용할 군함과 전투기 등 첨단 전략무기 도입으로 전환하면서 ‘납기·성능·산업협력’이라는 기존 수출 공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호주 호위함·미 해군 훈련기·폴란드 잠수함 사업에 이어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지난 7일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주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방산 수출과 관련, 수주전략과 전략적 의사결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K방산 수출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1번함인 장영실함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1번함인 장영실함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평가 기준 판단 적절했나

 

대형 세일즈를 성사시키려면 정확한 정보와 적절한 전략 수립·집행이 필수다.

 

특히 사업의 가중치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자원 배분 및 메시지 전략을 그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CPSP 수주를 위한 전략의 적절성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CPSP에서 한국 측은 △산업협력 △민·관·군 총력전 △실물 검증 카드를 앞세워 수주전을 벌였다.

 

2044년까지 700억 캐나다달러(약 75조원) 이상의 교역·투자와 연간 2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로서 캐나다를 방문했고, 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김경률 해군참모총장 등도 캐나다에서 수주를 지원했다.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의 태평양 횡단 1만4000㎞ 항해를 통해 ‘검증된 플랫폼 VS 미개발 플랫폼’ 프레임을 형성했다.

 

2026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증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 기지에 정박중인 도산안창호함 장병들이 함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6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증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 기지에 정박중인 도산안창호함 장병들이 함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해군 제공

문제는 이같은 방식이 CPSP에선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CPSP 평가 기준은 유지·정비(MRO) 및 군수지원이 50%, 산업협력은 15%, 성능은 20%였다.

 

30년간 잠수함 정비·부품·훈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수주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정비와 부품 조달 등의 문제로 가동률이 저하됐던 문제점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한국 측의 전략과 메시지는 납기와 성능, 경제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MRO와 부품·장비 공급망에 대한 신뢰도 확보에 대한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세일즈에서 솔루션·메시지 전달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중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CPSP 수주 전략은 포인트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상황보다 낙관적으로 CPSP를 전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 창원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지난 3월 25일 열린 도산안창호함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환송행사에서 출항을 앞둔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창원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지난 3월 25일 열린 도산안창호함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환송행사에서 출항을 앞둔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는 “스코어로 물어보면 50 대 50”이라고 했고, 다른 정부 인사들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수주 전망에 대한 긍정적 발언은 협상 전략의 일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전망에 기반해서 CPSP 수주전에 대한 자원 배분을 했다면,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스크 평가에 허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특사와 해군 잠수함 파견, 각종 산업 양해각서(MOU) 등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자원을 투입한 것이 결과적으로 매몰비용이 된 상황을 감안하면, 기대치와 실제 승산 사이의 간극을 제대로 좁히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독일·노르웨이·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깃발 앞에 TKMS의 212CD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AP통신
캐나다·독일·노르웨이·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깃발 앞에 TKMS의 212CD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AP통신

◆나토 우위 몰랐나…반복된 실패

 

한화오션은 캐나다 정부의 발표 직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뜻 보면 처음 겪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토 동맹의 위력은 이미 K방산이 두 번이나 겪었다.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한국은 성능·가격·납기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북유럽·나토 동맹 체제 등을 이유로 독일산 레오파르트 전차로 결정됐다.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도 같은 나토 회원국이자 발트해를 함께 쓰는 스웨덴의 A26이 선정됐다. 

 

캐나다도 노르웨이·폴란드처럼 나토의 일원이다. 독일·노르웨이와는 해양안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따라서 CPSP에선 나토 동맹 체제와 상호운용성, 캐나다의 지정학적 노선을 비롯한 구조적 요인이 중요한 변수였다. 노르웨이·폴란드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이같은 구조적 요인은 무기도입사업 참여 시 사업성 평가에서 최상위 항목으로 다뤄야 하며, 수주를 위한 전략수립보다도 훨씬 중요한 단계다.

 

사업 참여 전에 구조적 요인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승산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주전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참여를 결정했다면, 구조적 변수를 극복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장에 TKMS의 212CD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AP통신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장에 TKMS의 212CD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AP통신

CPSP에서 독일은 노르웨이와 사업에 참여, ‘나토 회원국 간 협력’ 성격을 극대화했다. 

 

반면 한국은 이를 만회할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노르웨이·폴란드에서 동맹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경험했으므로, CPSP에서 충분히 사전 식별이 가능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제3의 나토 회원국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의 대안이 있었지만, 그런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 결과 CPSP에서도 나토 동맹이 또다시 강력한 위력을 나타냈다.

 

동일한 유형의 구조적 리스크가 세 번이나 반복된 셈이다.

 

과거 사례 학습 및 구조적 요인을 뒤집으려는 의지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출 전략·방식 바꿔야 반등

 

CPSP 수주 실패는 호주 호위함 사업·폴란드 잠수함 사업·미 해군 훈련기 사업에서 기회를 놓친 것과 맞물려 K방산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양새다.

 

단순히 나토 동맹 체제만을 탓하는 것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부터)가 TKMS의 212CD 잠수함 모형을 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부터)가 TKMS의 212CD 잠수함 모형을 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방산업계 관계자는 “CPSP 탈락 원인으로 나토를 말하는데,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인 걸 모르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나”라며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우린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을 대거 팔았다. 시기 등이 잘 맞았으니 나토의 벽도 넘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K방산이 나토 등을 겨냥한 새로운 수주전략을 구상하고, 수출 관련 조직과 인력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긴급 소요가 있는 국가에선 기존의 ‘빠른 납기와 가성비’ 전략이 유효하지만, 캐나다처럼 나토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를 상대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나토·유럽 국가라도 지역 및 국가별 특성에 따라 시장 세분화를 진행, 각각의 세분 시장에 대한 접근법을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해군 잠수함 안무함이 진해 군항에 입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 잠수함 안무함이 진해 군항에 입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패키지 전략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각국은 대형 무기도입 사업에서 산업협력을 일정 수준 이상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업계가 팀을 구성해서 패키지를 제시하되, CPSP의 교훈을 토대로 장기적인 무기체계 유지·보수와 공급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도를 축적하는 등의 고도화 작업이 요구된다. 

 

업체와 정부에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조직을 갖추는 것도 필수다.

 

한화오션 부스에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오션 부스에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보 수집을 통해 수주 가능성과 수익률, 사업 규모의 적정성, 기업·정부 전략과의 일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후엔 구매국 요구에 맞는 수주전략을 세우고 솔루션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방산수출에 높은 전문성을 지닌 ‘선수’를 육성할 필요도 있다. 수주전략을 잘 세워도, 이를 집행할 전문 인력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공동개발이나 컨소시엄 구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방식은 수출 과정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낸다.

 

독일·노르웨이가 212CD 잠수함을 공동으로 만들어 CPSP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프랑스·이탈리아는 샘프티(SAMP-T) 지대공미사일체계를 함께 만들어 수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우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수송기 개발이 유야무야되는 등 뚜렷한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기지에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기지에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CPSP는 글로벌 방산 시장이 단품 위주 제조·납품 방식에서 구매국 경제 파급 효과, 장기 공급망 및 유지보수 보장, 안보 동맹 등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점을 드러냈다.

 

기존의 수출 공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방산 수출 조직과 인력 및 체계 등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CPSP에서 겪었던 쓰라린 수주 실패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K방산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혁신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