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월급부터 지역화폐로 100% 받으면 가능한 일일지도요.”
성과급 등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한 시민이 10일 이 같은 반감을 표했다. ‘지역경제 살리는 부담을 왜 노동자가 져야 하느냐’는 등 반대여론이 확산하자 결국 이날 법안은 철회됐다.
◆현재 법상으론 5년 이하 징역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민주당 의원이 7일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근로자가 동의할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지역사랑상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근로자의 동의 방법·절차,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한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현행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전액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임금을 지역화폐 등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로감독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적발될 경우도 이런 처벌을 받는다. 예외적으로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일부 공제나 통화 이외의 지급을 허용한다.
개정안 발의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다. 지역화폐를 임금 일부로 받으면 내수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개정안 이면에는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촉발한 ‘N% 성과급’ 논란이 지속하자 양극화 우려가 커졌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지역화폐 지급으로 이 같은 부작용이 해소되길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 깡’ 등 비판 터져 나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우려가 터져 나왔다. 전날 양대노총은 성명에서 격렬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임금은 정책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온전히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고 했고, 민주노총도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처와 지역이 제한돼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효과”라고 지적했다.
시민들 의견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근로자가 동의할 경우라고 하는데, 회사가 하겠다고 하면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을 만큼 협상력이 커야 하지 않겠냐”며 “그런 근로자 집단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명 상품권 ‘깡’을 정부가 조장하는 거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직장인 이모(37)씨는 “지난해 회사 행사에서 받은 백화점 상품권도 아직 못 썼는데, 하물며 지역화폐면 상품권을 되팔 것 같다”며 “월급에서 제일 큰 부분이 월세여서 이런 식이면 실질 생활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발은 시민단체와 대기업 노조에서도 이어졌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이날 설명에서 노동자와 지역 소상공인을 갈라치기를 하는 법안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도 지역주민으로 동네 시장과 가계에서 상품을 사는 주민인데, 임금이 인상되지 않아 물건을 못사는 노동자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대립하는 주체로 상정하는 개악 안은 전형적인 화살 돌리기”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도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규정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초기업노조 측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중 공무원 임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에 관해 불법이라고 한 바 있다“며 “집권 여당에서 이를 입법화하려는 시도는 더욱 우려가 크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공세에 가세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정말 믿고 있다면 해괴한 법안 발의보다는 직접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날을 세웠다.
해당 법안은 이날 오후 철회됐다. 발의 사흘만으로 노동계를 포함한 각계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