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KAI)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며 기업 인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대 주주 위치까지 올라선 다음, 추가 지분을 확보해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연말까지 15% 이상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방산업계에선 이미 한화에서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다만, 한화 의지만으로는 인수가 100%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대 주주인 수출입은행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대 주주 위치로 올라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국책 은행인만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게다가 15% 이상 확보 이후 과정도 험난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집단이 상장사의 발행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규정한다. 즉, 정부가 사실상 인수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KAI 지분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이달 8일 한화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KAI의 지분 12.44%를 확보했다. 확보한 총 주식 수는 9747만5107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초 5000억원을 투입해 올해 연말까지 지분 비율을 9.97%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까지 지분 확보에 4998억7000만원가량을 투입함으로써 지분 확대 계획을 거의 마무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분의 취득 목적이 경영권 영향에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투자가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한화시스템이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이날 5000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KAI의 지분을 4.73%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한화 측이 KAI에 보유한 지분은 15.64%가 된다. 한화시스템은 5000억원은 취득 한도 금액으로 KAI 주식은 한도 내 취득 예정이며, 취득 규모는 KAI 주가나 매수 진행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확고해진 2대주주 자리… 인수 박차 가하나
한화그룹이 연말 KAI 지분 15.64%를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지분 인수의 최종 목표는 KAI 인수다. 이미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밝힌 만큼, 한화는 KAI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낸 바 있다. 이미 업계에선 한화가 KAI 인수를 위한 인재 영입 등 사전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소문일 뿐이지만, 물밑에서 작업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바라보는 이가 적잖다.
한화는 과거부터 KAI 인수설 주인공으로 끊임없이 거론된 회사다. 2023년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에 깊게 관여했던 류광수 전 KAI 부사장 영입이 신호탄이었다. 당시 한화는 류 전 부사장 외 KAI에서 활약했던 다른 주요 인력들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업계에서는 한화가 KAI 인수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 행보와 유사해서다. 당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한 뒤, 인수 준비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한화와 KAI의 시너지는 확고하다. 우주 산업에서는 적수가 없는 한화 독점 체제가 된다.
항공·방산에서도 통합 효과는 크다. 한화는 엔진과 레이더, 항공 전자 장비 등 항공 장비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항공기 자체를 개발하고 생산하지는 못한다. KAI는 한화가 갖추지 못한 ‘항공기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T-50, FA-50, KF-21을 비롯한 전투기, 수리온 등의 헬기 등 체계 자산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업체처럼 ‘수직 계열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넘어야 할 건 ‘정부의 벽’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업계에선 KAI 인수를 위해선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26.41% 지분 확보가 관건이라고 내다본다. 1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넘기지 않으면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결국 정부가 허락해야만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15% 지분 확보 이후 과정도 험난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집단이 상장사의 발행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규정한다. 고강도의 심사를 받아야한다. 정부가 우주와 방산 사업을 한화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방위산업 재편의 그림을 그리는 정부의 의중에 달렸다”며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한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