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3개 먹어도 괜찮다?”
아침마다 달걀을 먹지만 노른자의 콜레스테롤과 당뇨병 위험이 걱정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국 성인 약 9만명을 추적한 결과, 하루 3개 이상 먹은 집단에서도 당뇨병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높아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달걀을 매일 3개씩 먹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 섭취량이 1개 늘어날 때마다 전체 참가자와 남성, 45세 미만 집단에서는 당뇨병 위험이 6~7% 높게 나타났다. 달걀을 어떻게 조리했는지, 어떤 음식과 함께 먹었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세밀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2년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4.8%다. 성인 7명 중 1명꼴이다.
◆하루 3개 이상군 위험비 1.29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정주영·박성근 교수와 신경외과 정연구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던 한국 성인 9만1005명의 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연세의학저널’에 실렸다.
참가자는 달걀 섭취량에 따라 주 1개 미만, 주 1개 이상~3개 미만, 주 3개 이상~7개 미만, 하루 1개 이상~2개 미만, 하루 2개 이상~3개 미만, 하루 3개 이상 등 6개 집단으로 나뉘었다.
중앙 추적기간은 6.9년이었다. 이 기간 4895명에게서 당뇨병이 새로 확인됐다. 주 1개 미만 섭취군과 비교하면 하루 3개 이상 섭취군의 당뇨병 위험은 29% 높았지만, 95% 신뢰구간이 0.98~1.70으로 1을 포함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하루 3개 이상 먹은 참가자는 전체 가운데 863명에 불과했다. 표본이 적은 만큼 위험도를 정확히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른 섭취군에서도 유의한 위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위험비는 주 1개 이상~3개 미만 1.01, 주 3개 이상~7개 미만 0.96, 하루 1개 이상~2개 미만 1.06, 하루 2개 이상~3개 미만 1.04였다. 모두 95% 신뢰구간에 1이 포함됐다.
남녀와 45세 미만·이상으로 나눠 살펴봐도 섭취량에 따른 뚜렷한 위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달걀 섭취와 당뇨병 발생 사이의 관련성이 전반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하루 1개 늘 때 위험 6~7%↑
연구팀은 섭취 구간별 비교와 별도로 달걀 섭취량이 하루 1개씩 늘어날 때의 위험도 변화도 계산했다.
이 분석에서 전체 참가자의 위험비는 1.06이었다. 95% 신뢰구간은 1.02~1.12로, 섭취량이 하루 1개 늘어날 때 당뇨병 위험이 6% 높게 나타났다.
남성과 45세 미만 집단의 위험비는 각각 1.07이었다. 두 집단 모두 95% 신뢰구간은 1.02~1.13으로, 위험이 7% 높았다. 여성과 45세 이상 집단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두 결과가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섭취량을 6개 구간으로 나눈 분석에서는 하루 3개 이상 먹은 참가자가 많지 않아 신뢰구간이 넓게 나타났다. 반면 섭취량을 연속된 수치로 계산하면 구간별 분석에서 드러나지 않은 작은 차이까지 잡아낼 수 있다.
위험비가 1.06~1.07로 나타났다고 해서 달걀이 당뇨병을 일으킨다고 볼 수는 없다. 두 요인 사이의 관련성을 살핀 관찰연구 결과일 뿐이다. 연구팀도 위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리법·곁들인 음식은 따로 못 봐
이번 연구는 강북삼성건강연구 자료를 이용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다. 참가자가 지난 1년 동안 달걀을 얼마나 자주, 한 번에 몇 개 먹었는지 식품섭취빈도조사로 파악했다.
연구팀은 나이와 성별, 체질량지수, 운동, 흡연, 음주, 고혈압, LDL 콜레스테롤, 총열량과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섭취량 등을 보정했다.
그러나 달걀을 삶았는지 기름에 부쳤는지, 빵이나 가공육과 함께 먹었는지는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가족력과 유전적 소인, 포화지방·트랜스지방 섭취량 등 측정되지 않은 요인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38.8세로, 대부분 근로연령대 성인이었다. 전체 16만2909명 가운데 결측 자료가 있거나 기존 질환이 있는 사람 등을 제외하면서 최종 분석 대상은 9만1005명으로 줄었다. 이 점은 결과를 해석할 때 감안해야 한다.
중앙 추적기간도 6.9년에 그쳤다. 평생에 걸친 당뇨병 위험을 판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결과를 고령층이나 다른 인종 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美 연구와 달랐다…식단 차이 영향 가능성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는 달걀을 많이 먹을수록 당뇨병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한 연구도 적지 않았다.
이번 논문은 지역과 인종, 연구 설계, 참가자 특성과 추적기간 등의 차이가 엇갈린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연구에 따라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다.
정주영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식문화 차이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달걀을 버터나 베이컨, 소시지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채소 반찬을 곁들인 한식 식단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가능한 해석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연구는 빵이나 버터, 베이컨처럼 달걀과 함께 먹는 음식의 영향을 따로 살피지 않았다. 곁들인 음식이 국가별 연구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달걀 개수보다 한 끼 전체 봐야
달걀은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품이다. 그러나 같은 달걀을 먹더라도 조리법과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한 끼의 영양 구성은 크게 달라진다.
달걀과 함께 잼을 바른 흰빵이나 가당 시리얼, 과일주스를 먹으면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량이 늘어난다. 달걀 프라이는 사용한 기름만큼 열량과 지방이 더해진다. 베이컨과 소시지를 자주 곁들이면 포화지방과 나트륨 섭취도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은 단순당은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과 인슐린 분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며 통곡류와 채소, 생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선택하도록 안내한다.
이번 연구에서 곁들임 음식의 영향이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달걀 한 가지만 떼어 건강식이나 위험식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달걀 2개면 콜레스테롤 약 300㎎
당뇨병 위험과 식이 콜레스테롤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달걀 1개 50g에는 콜레스테롤이 약 152㎎ 들어 있다. 두 개면 약 304㎎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의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19세 이상 성인의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하루 300㎎ 미만으로 권고한다. 달걀만이 아니라 육류와 내장류, 유제품 등 하루 동안 먹은 모든 식품을 합친 기준이다.
달걀 두 개를 먹었다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즉시 위험한 수준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식이 콜레스테롤에 대한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고, 전체 열량과 포화지방 섭취량 등도 혈중 LDL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가 달걀을 하루 3개씩 먹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 3개 이상 먹은 집단에서 당뇨병 위험이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높지 않았다는 관찰 결과다.
달걀을 일부러 피할 필요는 없지만, 개수를 따지지 않고 많이 먹어도 된다는 근거 역시 없다. 아침 식사에서는 달걀 개수뿐 아니라 함께 먹는 빵과 가공육, 음료, 조리에 사용한 기름까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