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렌터카 운전 허용을 둘러싼 논쟁이 10년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민선 9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의 일환으로 관련 아이디어가 언급되면서, 관광 활성화와 교통안전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인 렌터카 허용론은 지난 2014년 처음 제기된 이후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당시 제주도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특별법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운전 허용 특례’를 추진했으나, 보험 처리 미흡과 교통안전 우려 등으로 인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관광 환경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 중심으로 급변했다. 관광업계는 자유로운 이동 수단을 요구하는 관광객의 편의성과 한국인의 중국 내 운전 허용이라는 형평성 논리를 앞세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경찰청 또한 과거 중국인 단기 체류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 허용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교통안전’이다. 제주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 지역 전체 교통사고 중 렌터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11.4%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네바협약 미가입국인 중국의 면허 진위 확인 문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규명 등 법적·제도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소모적인 찬반 공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교수는 “아무 준비 없이 개방하기에는 성급하다”며 “대중교통 이용 여건 개선과 도민 공감대 형성, 관련 법령 정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건전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