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과열되면서 당내 분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대표 선출 방식을 확정하려 했지만 회의는 40여분 전 취소됐다. 지난 7일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의결한 당대표 선거 선호투표제 도입을 놓고 정청래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친청(친정청래)계와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측 입장이 갈리며 선호투표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대표 결선 방식, 결론 못 내
당대표 후보들은 각자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선호투표에 다른 입장을 보이며 각을 세우고 있다. 김 전 총리는 11일 경기 용인시를 방문해 지역위원회에서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3년간 이재명 대통령과 합을 맞춰왔다”며 “내가 제일 잘 뒷받침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엑스(X)에 선호투표 관련해 “특정후보의 유불리를 피하면서 당과 전준위 의견을 존중해온 것이 민주당 당내 선거의 오랜 전통”이라며 “당헌·당규상으로도 관례상으로도 문제가 없는 선호투표와 당의 미래를 위한 청년최고위원 도입에 대한 전준위 입장과 의지를 존중한다”고 적었다. 이어 김 전 총리는 “이번 주말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최고위원회는 조속히 전준위 의결 사항을 처리해달라. 그래야 전당대회 정상 진행이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반정청래’ 노선을 걸어온 송 의원도 선호투표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전 대표는 같은 날 전남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호남일보TV 개국 1주년 특별강연회에 참석해 민주당이 배출한 네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청래가 네 분의 대통령 지지자를 통합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정 전 대표는 선호투표를 결선투표 방식으로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대표적으로 지난 8일 국회에서 토론회 뒤 “전준위 결정은 존중, 수용하나 당헌·당규 위반 논란이 있다”며 “전준위가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저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 직후 당일까지 이번 전당대회에 적용할 결선 방식을 정하겠다고 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한 직무대행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 내겠다(고 했다)”며 “전준위 결과 관련해서 (최고위에서) 논의하다가 의견에 합치가 없어서 밤에 다시 한 번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10일 오후 9시로 예정됐던 최고위는 40여분을 앞두고 한 직무대행이 “오늘 최대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며 회의를 취소했다.
◆선호투표 당헌·당규 위반 논란
선호투표와 결선투표를 둘러싼 혼선은 지난 7일 전준위 의결과 8일 일부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전준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대표 당선자 결정 방식을 선호투표제로 정했다. 그런데 다음 날 친청계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이 “선호투표는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반기를 들었고 이날 오후 다시 비공개 최고위를 열었으나 결론짓지 못했다. 전준위는 9일 전체회의에서 재차 논의한 결과, 선호투표를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고 전준위 대변인을 맡은 이연희 의원이 전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대표 선출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결선투표의 일환으로 선호투표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엄밀하게 명시하지는 않았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과 임기를 다룬 민주당 당헌 25조 1항의 4호를 보면 ‘당대표는 유효투표 결과를 합산해 과반수 득표로 선출하며, 이를 위한 결선투표 실시 등 구체적인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고 돼있다. 관련 당직 선출 규정이 나온 당규 4호 66조 1항에는 ‘당대표선거는 과반수의 득표자를 당선인으로 하며, 이를 위한 결선투표 실시의 구체적인 방법은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에서 정하되,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한다’고 적혔다.
당규는 선호투표와 결선투표를 별개 개념으로 설명한다. 선호투표에 관해 다룬 48조의2는 ‘선호투표는 경선후보자 수가 3인 이상인 경우 실시한다’며 투표 방식 및 개표 방법을 설명했다. 후보자별로 선호하는 순서를 각각 투표해 1순위 표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득표자의 2순위 표를 각 후보 득표수에 가산하는 방식을 반복, 과반 득표자 혹은 최종 최고득표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바로 이어서 48조의3은 결선투표에 관해 선호투표와 마찬가지로 ‘경선후보자 수가 3인 이상인 경우 실시한다’며 1차 경선에서 최고득표자가 과반이 아닌 경우 최다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차 경선을 실시해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했다. 선호투표제와 차이는, 선호투표는 당일 당선인을 확정할 수 있지만 결선투표는 2차 경선 일정을 따로 잡아야 한다.
◆선호투표, “결선투표 한 방식” vs “별개 제도”
친명(친이재명)계이자 친김민석계로 분류되는 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과 친청계 최고위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황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에서 “선호투표제는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 적법한 당헌·당규 해석과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도입된 우리 당의 결선투표 방식”이라고 말했다. 강 최고위원도 “선호투표는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지난해 7월2일 제11차 당무위는 순회경선 일정과 함께 경선 후보자가 3인 이상인 경우 선호투표를 당대표 선출 방법으로 의결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전준위는 지난해 당무위 유권해석을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에 친청계에서는 결선투표 방식으로 선호투표를 적용하려면 현재 두 제도를 다르게 구분한 당헌·당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이 최고위원은 “후보자 등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헌·당규에 없는 선출 규칙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려고 하는 것 또한 특정 목적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최고위원 역시 “기존 논의와 의결 취지를 존중하더라도 현행 당헌·당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필요한 규정 정비를 거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규칙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에 (당무위가) 한번 결정한 적이 있고 원내대표나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결선투표 방식으로 선호투표를 혼용해서 실무적으로는 문제없다고 해석했다”며 “당무위 유권해석은 이 조항을 이렇게 해석한다는 결정이라 당해 전당대회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헌·당규에 ‘선호투표 또는 결선투표를 한다’는 식으로 명시돼 있어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대표 선출 방식을 확정하기 위한 비공개 최고위를 12일 오후에 다시 연다. 최고위원 간 이견이 커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제기되나 한 직무대행은 표결 가능성에 대해 “그 전에 얘기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