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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번지는 청소년 SNS 제한… 첫발 뗀 韓 논의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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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규제 법제화 본격화

정신건강 악영향·중독성 논란 커져
호주, 세계 첫 16세 미만 이용 막아
英·UAE 등도 연령 확인 의무 강화
플랫폼 기업 몰려있는 美선 소송전

국내도 법안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국내 플랫폼 업체만 역차별 우려도
네카오, 자율적 보호정책 강화 나서

아동·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계정 보유 제한을 시행한 데 이어 영국과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연령 제한이나 연령 확인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연령 인증 우회 등 제도 실효성이 낮고, 청소년의 디지털 고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SNS 사용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플랫폼의 연령 확인과 아동 보호 의무를 강화한 데 이어 내년 초부터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애플리케이션(앱) 다운과 라이브 방송을 차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야간 SNS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되돌려주기 위한 폭넓은 보호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가 지난해 12월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한 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는 연령 제한 대상 플랫폼에 대해 16세 미만 이용자가 계정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과했고, 시행 직후 470만개 이상의 계정이 차단·삭제됐다.

캐나다도 지난달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막는 법안을 발의했고 UAE는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SNS 사용 연령을 15세 이상으로 둔 뒤 신분 확인과 인공지능(AI) 기반 연령 확인을 의무화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튀르키예 등 주요국에서도 SNS 사용 연령 제한을 추진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이 어린이 보호책임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으로 16세 미만의 SNS 계정 생성을 금지했다. 일본도 플랫폼 기업에 연령 기능 제한을 요구할 방침이다.

 

카카오가 지난 4월 도입한 카카오톡 ‘자녀 보호 설정’ 기능.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지난 4월 도입한 카카오톡 ‘자녀 보호 설정’ 기능. 카카오 제공

◆정신건강 해치는 SNS 중독

규제 확대 배경에는 청소년 정신건강과 플랫폼 중독성 논란이 있다. 이들 국가는 과도한 SNS 의존도가 불안과 우울증 등을 유발하고 반복되는 유해 콘텐츠 노출로 청소년 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SNS 플랫폼이 몰려있는 미국에서는 이런 논란이 소송으로 번졌다. 아동·청소년의 SNS 중독 문제를 플랫폼 기업들이 방치했다는 이유로 메타, 구글, 틱톡, 스냅챗 운영사 스냅 등이 소송에 휘말렸고, 로스앤젤레스(LA) 1심 법원은 메타와 구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SNS 앱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단정하기 어려우며 SNS 중독이 공인된 질환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중독을 유발하는 플랫폼 기능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규제가 발의됐지만 논의 속도는 더딘 편이다. 국회에는 SNS 사용에 연령 제한을 두거나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긴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14세 미만의 SNS 가입을 금지하거나 16세 미만에 대해 일별 이용 한도 설정, 추천 알고리즘 기능 제한 등이 핵심 내용이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인식조사에서도 성인 10명 중 6명 이상(67.5%)이 연령별 SNS 사용 제한 조치에 동의하는 등 여론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SNS 연령 제한은 제2의 셧다운제”

다만 실효성 논란이 적지 않다. 연령 인증을 우회해 규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데다 음성적 영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를 추진하는 국가들도 연령 확인 방안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본인 확인 의무를 강화할수록 사생활 침해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한국의 경우 해외 플랫폼을 강도 높게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제도화 걸림돌로 꼽힌다. 주요 SNS를 운영하는 해외 플랫폼이 아닌 국내 플랫폼 업체 규제 부담만 늘어나는 역차별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를 도입했다가 실효성 논란과 게임 산업 경쟁력 저하 비판에 제도가 폐지된 사례를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0대들의 소통 공간이 디지털로 이동했는데, 이 공간을 과하게 막을 경우 사회적 고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SNS가 막히면 다른 커뮤니티와 메신저 등 음성화한 공간이 확대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완전히 막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고 청소년들을 위험한 공간으로 내몰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플랫폼 업체들은 법제화와 별개로 자율 보호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청소년 보호정책을 통해 유해정보 접근 제한, 별도 인증장치, 연령 제한 기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톡에 자녀 보호 기능을 도입해 보호자가 미성년 자녀의 쇼트폼과 오픈채팅 이용 범위를 설정하고, 특정 기능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