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할인', '재고 소진'. 매장 곳곳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지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가격표가 아닌 텅 빈 진열대였다.
최근 홈플러스는 재고 소진을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식품과 생필품, 생활용품 등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고물가 속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로 행사장은 활기를 띠었지만, 일부 매대는 상품이 거의 남지 않은 채 빈 공간만 드러내고 있었다. 인기 품목은 개점 직후 빠르게 소진됐고, 일부 진열대는 남아 있는 상품을 앞으로 배치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빈자리를 메운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얼핏 보면 할인 행사로 재고가 빠르게 판매된 결과처럼 보이지만, 매장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비어 있는 진열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때 다양한 상품으로 가득했던 대형마트의 모습과 비교하면 사뭇 낯선 풍경이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 홈플러스가 처한 경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협력업체들의 납품이 줄거나 중단되면서 상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그 영향이 매장 진열대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할인 행사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비어 있는 선반은 오히려 경영난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사업 재편 계획은 제시됐지만 이를 실행할 운영자금 확보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홈플러스는 법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과 가압류 등이 가능해졌고,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 유치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경영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을 이어가며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계산대에는 장을 보는 고객들의 줄이 이어졌지만, 매장 한편의 빈 진열대는 예전과는 달라진 현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대표했던 홈플러스. 이번 할인 행사는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쇼핑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업이 마주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최대 할인'이라는 문구보다 빈 선반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홈플러스가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할인 행사 이상의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