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세제와 공급, 금융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을 다루는 국민 대토론에 나선다. 앞서 14일부터 사흘간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토론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혼란과 서민 주거 고통을 해소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적정 보유세와 실거주용 1주택과 비거주용, 다주택에 차이를 둘지, 초고가 실거주 주택의 경우 별도로 처리할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등을 주요쟁점으로 꼽았다. 이미 양도소득세를 80%까지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보유 대신 거주 위주의 개편을 예고했다. 이번 토론회가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자 수단이 아니다”, “오래 투기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나”라는 대통령의 소신을 세제개편에 반영하기 위한 요식행위나 명분 쌓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1주택자까지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그 부담이 전월세와 집값에 전가돼 주거불안과 조세저항 등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한 대로 매물 잠김이 없도록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는 정교하게 다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고강도 대출억제와 세제, 규제책을 시행했지만, 집값 과열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다. 서울 아파트값은 74주 내리 올랐고 전월세난도 악화일로다. 징벌적 과세나 수요 억제 정책에만 집착했던 문재인정부 시절의 ‘미친 집값’을 연상케 할 정도다. 낡은 이념에 매달리거나 시장을 무시한 규제나 정책은 과거 실패를 답습할 게 뻔하다.
근본 해법은 땜질식 수요억제가 아니라 파격적인 공급확대와 규제 완화다. 누구나 원하는 주택 물량이 제때 공급된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주는 게 급선무다. 얼마 전 김 실장도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공급 속도전을 공언했다. 실행이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언제, 어디에 얼마나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실효성 있는 이행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서울 주택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그래야 진보정권마다 반복된 부동산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